에이즈 안걸리는 體質있어-의학전문誌'랜시트' 역학조사결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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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하늘이 내린 형벌'이라고까지 불리는 에이즈가 정복될 날도 멀지않은 것 같다.
첫번째 무기는 인류의 자연면역력.최근 의학잡지 랜시트는 에이즈에 저항하는 면역력이 존재한다는 역학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케냐 나이로비 의대팀이 이 지역에 거주하는 에이즈 미감염 접대부 4백24명을 대상으로 10년간 추적조사한 결과 2백39명만이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놀라운 것은 성접촉기간이길수록 다시 말해 접대부생활을 오래할수록 오히려 에이즈감염률이20%가량 감소하는 현상을 보였다는 것.
물론 감염자와 비감염자간 콘돔사용이나 성기주위 궤양여부등 다른 조건을 똑같이 비교했을 때 얻은 결과다.
이는 감염자가 대부분 성접촉 2년이내 감염되며 이 기간을 넘긴 접대부는 나중에도 무사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결국 에이즈도 걸리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뜻이다.
실제 80년대초 에이즈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래 지금까지 수년간에 걸친 에이즈감염자와의 성접촉에도 혈액검사상 음성을 보인 사례가 숱하게 보고돼왔다.
지금까진 이것이 인간에게 보다 덜 치명적인 독성을 지녀 자신도 공존할 수 있도록 진화해온 변종 에이즈바이러스 때문인 것으로 생각해왔다.그러나 이번 연구결과는 많은 성교대상자들로부터 다양한 에이즈바이러스와 접촉한 접대부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므로이같은 감염률의 차이가 바이러스보다 개체 자신의 면역력 차이에서 비롯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이러한 개체간 면역력의 차이가 무엇인지 명확히 규명되지않았지만 이것이 밝혀질 경우 에이즈 정복이 더욱 가속화되리란 전망이다.
두번째 무기는 최근 잇따라 개발에 성공한 각종 에이즈치료제의등장이다.최근 뉴스위크지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미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에이즈치료제만 9가지나 된다는 것.
이들의 특징은 에이즈바이러스의 증식에 필수적인 효소의 작용을억제시키는 것.즉 바이러스를 직접 죽이기보다 증식을 억제시켜 에이즈 바이러스를 체내에 지니고도 정상인과 똑같은 면역력을 갖고 장기간 생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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