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의 중국산책]중국인이 말하는 반한과 혐한의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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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중국연구소가 운영하는 한글 사이트인
'중국포털(china.joins.com)'에는 중국 관련 여러 인사들의 동정과
또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싣는 '피플&백가쟁명' 코너가 있습니다.

9일 오전엔 베이징어언대학 석사 코스의 김아름씨가
'겸따마다(겸손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기)' 운동은
'말'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다는 좋은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글을 보면서 올해 하반기 한중 관계를 지배하는 단어는
'반한' 또는 '혐한'의 두 단어라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헌데 이 반한(反韓)과 혐한(嫌韓) 두 단어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요.

한국에선 보통 '반한=한국에 반대', '혐한=한국을 싫어함' 정도로
이해하면서 사용하는 경향이 많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경우에 따라선 큰 구별을 두지 않고 사용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 중국은 '중국에 반한 정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합니다.
왜 그럴까요.

한 중국 언론인의 해석은 이렇습니다.
중국이 어느 특정 국가의 명칭 앞에 '반'자를 붙인다면,
이것은 중국과 그 나라 사이의 근본적 이익에 충돌이 생겼을 때라는 겁니다.

이때문에 중국이 '반한'이라는 말을 쓴다는 것은
한중 관계에 근본적인 이익의 충돌이 생겨, 한국 입장에 반대한다는 뜻이라는 것이죠.

헌데 지금의 한중 관계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운운하는 판국으로,
'중국에 반한 감정이 있다'고 말하는 것을 중국인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혐한'도 수긍할 수 없다고 이 중국 언론인은 말합니다.
이 '혐'자는 보통 남보다 못한 이가 잘난 이를 시기하거나 질투할 때 쓰이곤 한답니다.

그래서 '중국에 혐한 감정이 있다'고 하면
한국보다 못한 중국이 잘난 한국에 대해서 질시하는 게 되는데
중국 스스로 한국보다 못났다고 생각하는 상황 또한 중국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지요.

듣고 보면 일리가 있는 중국 사람들의 항변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앞으로 중국인과 대화할 때 '반한' 또는 '혐한'이라는 말을
웬만하면 사용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꼭 해야 한다면 '양국 민간 차원의 감정상의 문제' 정도로 표현할까 합니다.
여러분들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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