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지도>34.설치미술-풀어나가야할 어려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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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기존 미술에 대한 저항과 극복을 위한 시도로 설치미술이 시작된만큼 설치작가들은 실험성에의 의욕을 가장 큰 특징으로 한다.하지만 이러한 욕구는 막대한 제작비 때문에 꺾이기 쉽다.회화나 조각작품과 달리 작품의 상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작품 팔기가 쉽지 않다는 것.제작비가 그림 한점 그리는 것과는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드는데 팔리지 않는다면 작가 개인으로서도 작업에 대한 열정이 식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빌 비올라등 외국의 유명 설치작가들은 대부분 지속적으로 문화재단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또 토니 아울슬러처럼 이미설치로 보여주었던 작품의 한 이미지를 딴 소품을 따로 제작해 판매하는 식으로 상업화 노력을 하기도 한다.이 자체가 설치미술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미국에서는 설치에서 다시 회화등 기존 장르로의 복귀 움직임이 만만치 않다.우리나라도 전수천씨처럼설치와 평면작업을 병행하는 작가들이 많이 있다.물론 김영진씨처럼“하고 싶은 말을 전하기 위해 설치를 택했는데 먹고 살기 위해 돌아서는 것은 영혼을 파는 일”이라는 입장의 작가들도 있다.소장자의 입장에서 보면 공간을 점유하는 설치미술이 부담스럽고또 최근 설치미술이 많은 기계장치를 동원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전선을 만져야 하는 거추장스러움도 있다.호암미술관 선임연구원 이준씨는“지난해 호암갤러리에서.중앙비엔날레 초대전'을 할 당시전시됐던 레베카 혼의 설치작업을 소장하고 있는데 작품을 점검해보니 또 작동이 안되더라”며 소장의 어려움을 표현했다.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 외에도 용어의 한계도 최근 논의되고 있다.설치미술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미 고전적으로 들릴만큼 하나의장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기존화한 설치미술에서는 더 이상 신선함을 얻어낼 수 없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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