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원화가치 急落 내버려둬야 하나-추가 切下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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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원화의 달러에 대한 시세가 불안정하다.이같은 원화가치 불안은 내년에 자유변동환율제가 도입되면 더 커질 것이다.원화의가치가 하락하는 것이 국제수지 적자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있는가 하면 환차손(換差損)과 같은 부작용 때 문에 더 이상은곤란하다는 주장도 있다.결국 정책선택의 문제다.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해서 안정을 찾는 것이 필요한지 혹은 시장의 흐름에맡기는 것이 필요한지 관심거리다.양자의 경제적 논리를 조명해 본다. [편집자註] 금년들어 경기가 둔화되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됨에 따라 우리 경제 내에서는 위기론이 심심찮게 논의돼왔다.최근에는 경상수지 적자폭이 예상외로 커지면서 기업의 해외차입여건이 악화되고,외환및 주식시장이 불안해짐에 따라 총체적 위기론 까지 대두되고 있다.따라서 최근 정부가 경상수지 개선을경제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면 경상수지 개선대책으로 원화 절하가 바람직한가.여기에는원화 절하가 경상수지 개선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와 원화 절하에 따른 부작용이 여타 정책수단에 비해 적어야 함이 전제돼야 한다. 물론 원화가 절하될 경우 경상수지 개선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그러나 주력업종의 수출함수를 이용해 원화 절하의 효과를 보면 단기적으로 무역수지가 악화되고,중장기적으로도 개선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그만큼 우리나 라 수출은 원화 환율보다 교역상대국의 경기상황등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오히려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여건을 감안할 때 원화 절하에따른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보이는데 무엇보다 기업들의 환차손문제다.95년말 현재 비금융상장 회사들의 순달러화 부채는 3백15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둘째,인플레에 미치는 악영향이다.지금까지 연구결과를 종합하면원화가 1% 절하될 경우 소비자물가는 0.12%포인트 상승하는데,금년들어 원화가 8% 절하됨에 따라 약 1%포인트 정도의 상승요인이 발생하고 있으며,향후 9백원으로 상승 할 경우 0.
7%포인트 정도의 추가상승 요인이 발생하게 된다.
셋째,외채원리금 상환에 따른 부담이다.우리나라 총외채는 이미1천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따라서 최근의 환율을 적용할 경우 외채상환 원금은 84조원에 달하고,외채이자 부담도4조2천억원에 이르러 외채원리금 상환액이 금년 예산의 1.5배에 달하고 있다.향후 환율이 9백원에 달할 경우 외채원리금 상환은 약 6조3천억원이 늘어나게 된다.
넷째,우리 경제의 구조조정 비용을 크게 할 우려가 있다.과거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이번에도 원화가 추가로 절하될 경우 기업의 채산성은 어느 정도 개선되겠지만 기업의 경쟁력 개선 노력을 후퇴시켜 경제체질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으 며,궁극적으로경상수지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다섯째,제2의 멕시코 사태에 대한 우려다.최근처럼 환율상승에대한 기대심리가 높은 상황에서 정부의 환율상승 의지가 시장에 인식될 경우 환율이 급등하게 된다.이에 따라 외국자본이 이탈하게 되고 주가가 떨어지면서 기업의 대내외 자금조 달이 어렵게 됨으로써 경기가 더욱 침체될 우려가 있다.
결국 모든 정책에는 적절한 시기가 있다.이미 경상수지 적자가확대된 상황에서 원화를 절하시킬 경우 경상수지 개선보다는 부작용만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화를 절하시킬 경우 이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자본시장 개방정책을 후퇴시키는 것이 불가피하다.이는 현 정부의 생리상 용납하기 어려울것이다. 따라서 최근의 경상수지 문제에 대한 접근은 원화 절하보다 총수요 억제나 기업의 구조조정및 가격 이외의 경쟁력 배양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韓相春 〈대우경제硏.국제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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