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헌재 발언’ 국회 진상조사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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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7일 국회는 종일 ‘강만수’란 이름으로 시끌댔다. 전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종합부동산세 헌재 판결과 관련, “일부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헌법재판소 측과 접촉한 사실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여야는 이날 강 장관의 발언에 대한 국회 상임위 차원의 진상조사를 실시키로 합의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민주당 원혜영, 선진과 창조의 모임 권선택 원내대표는 오전 국회에서 회담을 열어 ▶기획재정위와 법제사법위의 합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11~18일 진상조사를 실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로써 전날 강 장관의 발언으로 중단됐던 대정부질문은 오전 11시40분쯤 속개됐다.

하지만 후폭풍은 잦아들지 않았다. 야당은 강 장관에게 “즉각 사퇴하라”며 맹공에 나섰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오전 의원총회에서 “강 장관이 헌정을 유린하고 국기를 문란케 하는 행위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조정식 원내대변인도 “민주당은 강 장관을 장관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당 5역회의에서 “(강 장관의 행위는) 헌법을 유린한 것으로 외국이라면 파면감”이라며 “강 장관은 마땅히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강 장관은) 정치판의 생리도 모르고 소신대로 하는 사람”이라며 “이번에는 실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태산이 요동쳤으나 결국 잡은 건 쥐 한 마리뿐)’이란 고사성어를 인용하면서 “진상조사위로 넘어갔기 때문에 한 이틀이면 조사가 끝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속개된 대정부질문에 나온 강 장관은 “재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헌법재판관을 접촉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헌재와) 접촉했다고 말한 것은 세제실장 등 실무진이 헌법연구관을 면담해 종부세 위헌 의견 제출 배경을 설명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제가 직접 접촉한 것이 아니라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또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사퇴하라”고 요구하자 “조국을 위한 마지막 봉사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답변 과정에서 생긴 오해로 심려를 끼쳐 드린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헌재 "정치 중립성 훼손 우려”=헌법재판소는 7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공식적으로 유감의 뜻을 밝혔다. 헌재는 보도자료를 통해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에서 ‘헌법재판소와 접촉하였다’는 등의 매우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해 객관적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함으로써, 헌법 재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우려를 자아낼 수 있는 사태를 초래한 데 대해 심각한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종부세 사건과 관련해 정부의 입장이 변경된 경위를 제출하면서 헌재 연구관을 방문해 경위를 설명한 것일 뿐이며 재판 결과와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헌재는 또 “헌법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은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훼손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종합부동산세 위헌 소송에 대한 선고(13일)를 5일 앞두고 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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