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IAEA사무총장 출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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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유엔사무총장 지명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논쟁을 보며 남의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국가역량에 걸맞은 대접을 받자는 노력이 정부의 세계화 추진과 크게 다르지 않다.국제무역기구(WTO)총장직을 놓고 정부가 진력한 것이나 선진국 모임인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을 서두른 것도 모두가 국제사회에서 정당한 대접을 받자는 노력이었다.
지난 16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사무총장 후보 1차등록이 마감됐다.어느 나라도 후보를 내지 않은 채 이달 말까지 2차등록을 앞두고 있다.
35개 회원국은 애초 경선없이 공감대에 기초한 사무총장 선임을 바랐다.그래서 이들은 가장 강력한 후보를 내세울 것이라던 한국이 후보등록을 하지 않은데 의아해하고 있다.
IAEA 사무총장직이란 총장 개인의 소속국가를 대표하는 자리가 아니다.따라서 4년임기 네번 연임만에 내년 11월말 자리를떠날 한스 블릭스 총장 후임에 세계 원자력계에서 인정받는 인물이 거명된다는 사실을 대부분 회원국들이 기정사실 화하는 분위기였다. 우선 블릭스 총장 자신이 한국측의 정근모(鄭根謨)전과기처장관을 거리낌없이 지지하고 있으며 의장국 캐나다는 鄭씨를 가장 적극 지지하는 나라들 가운데 하나다.총장선임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데 회장국의 입김이 큰 것은 여타 국제기구와 다 를 바없다.더욱이 우리 외무부가 가장 신경쓰는 미국입장 또한(고위층인사들의 입을 빌리자면)한국측 후보에 부정적이지 않다.
부연할 필요없이 총장후보를 내세울 것이라던 스위스.스리랑카.
이집트 모두 1차 등록기간내 후보등록을 하지 않은 이유가 여러정황에 비춰 한국측 후보가 가장 강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는 해석을 들겠다.
우리 외무부는 지난 7월부터 내부에서 들려온 현 블릭스 총장의 재임 포기정보를 소홀히 했고 미국이 스리랑카 후보 지지입장을 최근 철회하고 한국측 후보 지명에 적어도 중립적 입장이라는.고급정보'또한 믿지 않았다.
회원국들 가운데 북한을 염두에 두고 한국측 후보 지명에 난색을 표명하는 나라들도 있다.그러나 사무총장은 한국을 대표하기 앞서 국제 원자력계를 대변하는 목소리이기도 하다.
그만한 지위에까지 오른 인물을 후보로 갖고 있으며 또 이런 기회를 위해 원자력대사로 대통령이 임명한 적임자를 가진 한국 외무부가 보인.패배주의적'자세는 분명히 짚고 넘길 일이다.좋은기회를 놓쳤지만 2차등록을 가급적 앞당겨 타후보 들이 자리를 넘보는 경우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까지 알려주어야 하는가.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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