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團 감금.한밤 난투 舊態재연-정기국회 마지막날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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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15대 첫 정기국회는 의장과 부의장이 감금당하고 여야의원들이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극심한 파행으로 18일 막을 내렸다.국민회의 의원들은 김수한(金守漢)의장과 오세응(吳世應)부의장을 국회의장실과 여의도 63빌딩내 음식점에서 각각 억류한채 회기가 끝나는 이날 자정까지 본회의장 진입을 막았다.
…신한국당은 오후9시30분 의총을 마친뒤 구조대 2개조를 편성,의장실과 63빌딩 음식점으로 몰려가 의장단 구출작전(?)을시도했다.그러나 권노갑(權魯甲.전국구)의원을 비롯,조홍규(趙洪奎.광주광산).한영애(韓英愛.전국구)의원등 국민 회의의.맹장(猛將)' 7~8명이 의장실 안에서 金의장을 빙 둘러싼채 1차 차단벽을 쳤고 나머지 의원들도 의장실 주변을 겹겹이 포위.
양당 의원들은 욕설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상대방을 비난했고 특히 러시아 호화 외유사건으로 함께 부총무단에서 제명된 신한국당박주천(朴柱千.서울마포을)의원과 국민회의 국창근(鞠根.담양-장성)의원은 서로 멱살잡이를 하며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吳부의장이 갇혀있는 63빌딩 식당에도 같은 시간 신한국당 홍인길(洪仁吉.부산서).서석재(徐錫宰.부산사하갑)의원등 40여명이 몰려가 국민회의 의원 15명과 난투극에 가까운 몸싸움을 벌였다.이 바람에 의자 2개가 부서졌다.
이에 앞서 신한국당은 오후3시30분과 6시 의총을 마친뒤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데려오려 했으나 국민회의 의원들의 저지로 모두 무산.
…물리적으로 본회의 개최가 어렵다고 판단한 신한국당은 오후11시20분 침통한 표정으로 본회의장에 모여 국민회의측의 처사를강도높게 비난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홍구(李洪九)대표는“오늘 의회민주주의가 하루종일 힘의 저지로 억압된 장면을 지켜봤다”며“이는 한국민주주의에 대한 폭거로서 향후 우리당은 굳게 뭉쳐 임시국회에서 노동법개정안등 일련의법안처리를 밀고나가자”고 말했다.
반면 안기부법 개정 저지에 성공한 국민회의측은 의원들이“이겼다”며 서로 악수를 나누는등 축제분위기.자정이 넘자 약식의총을열고 신한국당의 안기부법을 저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담은 성명을 채택했다.자민련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신한국당의 무지와 만용이 자초한 처참한 국회의 자화상 앞에 자괴를 금할수 없다”며“여당은 이성을 되찾아 내년 1월말 또는 2월초 임시국회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순리적으로 안기부법과 노동법개정안을시간을 갖고 처리하기를 진심으로 충 고한다”고 대여 성토.
…이에 앞서 여야는 오후 3시30분 자민련측이 제안한.2월 임시국회 처리'안을 놓고 한때 화해무드가 조성됐으나 신한국당과국민회의 양측의 당내 반발에 부닥쳐 타협에 실패했다.신한국당은세차례나 고위당직자 회의와 의원총회를 열고 의 장단 구출작전을시도했는데도 모두 실패하자 고위 당직자들이 침통한 표정.
신한국당은 당초 오세응부의장을 내세워 안기부법을 통과시킬 복안을 세웠고“야당의원들에게 꼬리를 잡히지 말라”는 당부까지 했다는 후문.그러나 吳부의장이 음식점에서 붙잡혀 버리는 바람에 계획이 틀어졌다는 것.이에 대해 당내 일각에선.吳 부의장이 날치기 책임을 맡기 싫어 일부러 보안을 안지킨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
한편 자민련은 안기부법 개정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당론에 따라저지투쟁에 가담하지 않았는데 이정무(李廷武)총무는 저녁 늦게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총무에게“공조를 하고 있는 마당에 미안하게 됐다”고 사과.
…여야 격돌은 오전 법사위에서부터 시작됐다.국민회의는 의원 30여명을 법사위에 보내 강재섭(姜在涉)위원장을 위원장실에 가두고 회의장도 점거해 안기부법의 법사위 상정 자체를 원천봉쇄.
신한국당 이사철(李思哲.부천원미을)의원이“왜 남의 상임위에 들어와 시끄럽게 구느냐”고 목청을 높이자 김옥두(金玉斗.장흥-영암)의원이“공안검사시절 얼마나 많이 용공조작을 했느냐”며 맞고함을 지르고 서로 삿대질을 하는등 난장판.

<김 종혁.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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