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北 김경호씨 손자.손녀 회견장서 재롱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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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10월 북한을 탈출,자유의 품에 안긴 김경호(金慶鎬.61)씨 일가족은 17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갖고 탈출경위.북한의 생활등을 증언했다.
회견장에는 내.외신 기자 1백50여명과 취재지원 인력등이 대거 몰려 탈북자 기자회견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는등 국내외의 높은 관심을 반영.회견장은 집단탈출한 일가족의 증언에 대한 놀라움과 감동이.어린 탈출자들'의 재롱아닌 재롱과 얽혀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회견에는 임신 8개월로 입원중인 金씨의 막내딸 명순(28)씨를 제외한 탈북자 16명과 金씨의 친인척.친구등 30여명이 나왔다. 金씨쪽 가족.친지로는 큰형 경태(慶太.70)씨를 비롯,조카 홍석(34).용태(33)씨,둘째 형수 金원순(59)씨,조카딸 선옥(39).인옥(35)씨,인옥씨의 남편 金진면(38)씨등 6명과 서울이태원동 고향 친구인 李한성(61).변지 열(61)씨등이 참석.
또 金씨의 처 崔현실(57)씨쪽에서는 전날 미국 뉴욕에서 귀국한 어머니 崔정숙(76)씨,여동생 현화(43).현희(41).
현수(39)씨,그리고 한국에 살고 있는 사촌동생 철훈(46).
현경(40)씨가 모습을 보였다.
…탈북을 전체적으로 이끈 최현실씨는 북한 생활과 탈북 과정의어려움을 울먹이며 털어 놓았고 친지.친척들도 이곳저곳에서 흐느끼는등 회견장은 시종 숙연.崔씨는 탈북 과정도 어려웠지만“지옥같은 곳에서 천대와 멸시를 받으며 살아왔다”며 북한생활을 소개.특히 큰 며느리 李혜영씨는“탈북을 원하는 북한 주민들은 많지만 우리처럼 정확한 선과 안내자 없이는 힘들 것”이라며“우리는운이 좋았다”고 피력.
金씨 일가족의 탈북을 도운 사회안전부 노무자 崔영호(30)씨는“북한에 처와 아들(3)을 두고 왔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끝내 눈시울을 적셨다.
…충진(6).금혁(3)군등 金씨의 손자.손녀 5명은 기자회견도중 마이크를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장남감 비행기.권총등을 들고 회견장 주위를 돌아다녀 가라앉은 분위기를바꾸는데 일조.
손녀 박봄(5)양은“한국에 와서 무엇이 가장 좋은가”라는 질문에“과자랑 사탕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대답.또“따사로운 품속에 안아 주시니,김일성(金日成)대원수님 고맙습니다”라는 내용의 김일성 부자 찬양가를 즉석에서 불러 인기를 독차지했다. 또 금혁군은 김정일(金正日)생일에 맞춰 김일성이 지었다는 축시를 줄줄이 암송,김일성 부자 우상화의 정도를 짐작케 했고,참석인사들은 혀를 내둘렀다.
…1시간30여분동안 계속된 기자회견이 끝나자 金씨 일가족의 친지.친구등은 꽃다발을 전해주며“잘 왔다.행복하게 살아보자.”고 격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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