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활발한 비공식 접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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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핵 문제 해법을 둘러싸고 각국이 새로운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주 제1차 6자회담 실무그룹 회의에서 벌어진 난상토론에서 주요 쟁점들에 대한 윤곽이 상당 부분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과 미국은 몇몇 사안을 놓고서는 구체적이고도 민감한 자료까지 제시하며 공방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쟁점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원칙에 대한 입장차 ▶고농축 우라늄(HEU) 핵개발 프로그램 존재 여부 ▶동결에 대한 상응조치(보상)의 구체적 내용 등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되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핵 폐기에 대한 보상 원칙에는 공감대를 재확인했지만, CVID.HEU 등의 문제에 있어서는 분명한 차이점을 확인하고 돌아갔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 내내 CVID에 대한 북.미 양측의 논리공방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북측 대표단은 6자회담의 공식 회의석상에서는 처음으로 "시비아이디"라고 직접 발음하며 CVID 문제를 먼저 들고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용어의 개념에 대해서는 입장차가 뚜렷했다고 한다. 북한은 이를 '선(先) 핵 폐기'로 받아들이며 동시행동 원칙에 어긋나는 만큼 CVID라는 용어 자체를 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반면, 미국은 북한이 CVID를 수용할 경우 곧바로 나머지 5개국이 상응조치를 논의할 것이므로 명백히 '상호 조율된 조치(Coordinated Steps)'라고 맞섰다는 것이다.

HEU 핵 프로그램의 경우 미국이 처음으로 북한 측에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했으며, 이에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한때 협상이 난항을 겪기도 했다. 북한은 보상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도 미국의 제안이 기대치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미 양측은 알려진 것과는 달리 회의 기간 내내 수차례 비공식 접촉을 하고 활발히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회의 도중 15분간의 티타임 때도 양국 실무진이 수시로 만나 토론을 벌였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로서는 다음달 초순에 2차 실무그룹 회의를 열고, 다음달 23일 또는 30일께 3차 본회담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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