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노믹스 = 클린턴노믹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불명예 퇴진 서머스, 팔순 넘은 볼커=재무장관 후보로 언론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인물은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다. 서머스는 빌 클린턴 행정부 후반기인 1999~2001년 재무장관을 지냈다. 이후 하버드대 총장에 올랐지만 여성 교수 비하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대표적인 실언은 “여성이 남성보다 과학·수학 분야에서 뒤떨어지는 것은 선천적인 차이”라는 발언이다. 퇴진 압력을 받아온 서머스는 2006년 교수들의 불신임 투표를 앞두고 스스로 불명예 퇴진했다.

그 다음으로 많이 거론되는 인물은 볼커 전 FRB 의장이다. 금융 규제 완화의 위험성을 경고해 왔던 볼커 전 의장은 오바마 캠프의 대표적인 경제 브레인이다. 올 7월 민주당 경제 공약 회의에서도 오바마는 워런 버핏(78)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등 쟁쟁한 참석자들을 제치고 볼커에게 제일 먼저 발언권을 줬다. 그러나 대선 기간 내내 공화당 존 매케인(72) 후보의 고령 문제를 트집 잡았던 민주당의 입장에서 매케인보다 고령자인 볼커를 내각에 기용할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뒤늦게 부상하고 있는 인물이 가이스너 뉴욕 연준 총재다.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 실세였던 로버트 루빈(70) 전 재무장관은 99년 30대 중반의 그를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보에 전격 발탁했다. 루빈 본인은 재무장관 자리를 고사하면서 가이스너를 추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루빈이 민주당 경선 당시 힐러리 캠프에서 활동해 오바마와는 거리감이 있어 그의 추천이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오바마노믹스의 설계자 굴스비=“오바마노믹스를 알고 싶거든 굴스비에게 물어봐라.”

오바마의 대선 경제 공약은 시카고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던 시절부터 친구인 오스탄 굴스비(39·사진)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총괄했다. 굴스비는 민주당 경선 전부터 경제 공약의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책임졌다.

그는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에서 미시경제학과 공공경제학(재정학을 확대한 개념)을 강의하는 젊은 학자다. 오바마노믹스의 핵심인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 공약을 마련했다. 밀턴고-예일대-MIT 대학원 등 ‘부잣집 아들’의 전형적인 코스를 밟은 그의 이력과는 상당히 괴리가 있어 보이는 정책들이다. 그는 선거 기간 중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감세 공약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매케인의 핵심 경제 브레인으로 꼽히는 더글러스 이킨 전 의회 예산실장과의 치열한 논리 전쟁에서 밀리지 않았다는 평가다. 아직 나이가 젊어 내각보다는 백악관에서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 혹은 국가경제위원회(NEC) 국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병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