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힐러리가 퍼스트 레이디 역할 조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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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대통령 부인의 역할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부인인 미셸은 힐러리를 멘토로 대통령 부인의 역할을 학습하고 있다고 뉴스위크 인터넷판이 6일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지난달 24일 오하이오주 아콘의 한 고등학교에서 미셸을 인터뷰했다.

미셸은 당시 선거 유세 등으로 바쁜 일정 속에서도 힐러리와 전화 통화하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부인으로 바쁘게 생활하면서도 딸 첼시를 훌륭하게 키운 힐러리처럼 백악관에서도 두 딸 말리아(10)와 사샤(7)를 잘 키우고 싶다”며 “첼시가 성숙하고 예의 바른 어른으로 자란 데는 힐러리가 사생활을 엄격히 보호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힐러리는 오바마에게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패한 뒤 남편을 적극 도왔다”며 “내가 대통령 부인의 역할에 대해 전화로 물으면 친절히 대답해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딸을 위해서라도 로라 부시(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인)와 캐럴라인 케네디(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 등 백악관 생활을 했던 사람들을 폭넓게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미셸은 “백악관에 들어가더라도 두 딸의 학교 행사는 계속 참석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딸들의 교육을 위해 시카고에서의 삶과 다름없이 행동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두 딸을 전학시킬 워싱턴의 사립학교를 찾는 데 분주하다. 그러면서 “딸들이 백악관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숙제를 봐주고 학부모 회의에도 참석하겠다”며 “아버지의 직업이 무엇이든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 참석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가족은 결혼 후 시카고를 떠나지 않았다. 내년 1월 20일 백악관에 입성하면 첫 이사가 된다. 미셸은 “첫 이사 가는 곳이 백악관이라서 다소 긴장된다”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친정 엄마인 매리언 로빈슨을 모셔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로빈슨은 정치 문제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며 거부한 상태다.

미셸은 오바마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 전 사회 운동을 해 왔다. 그는 사회운동단체인 ‘공공연대(PA)’를 통해 젊은 사람들을 지역 공동체나 비영리기관의 지도자로 양성하는 일을 했다. 미셸은 “백악관 입성 후에도 사회 운동을 계속하겠느냐”는 물음에 “오바마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미셸은 사회 운동 경험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인종과 계급·나이에 상관없이 사회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러한 운동이 사회의 벽을 허무는 데 기여한다고 전했다. “젊은 사람은 노인과 아이들을 돕고, 직장을 가진 사람은 학생들에게 재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거죠.” 미셸은 “사회운동 단체에 대한 투자와 육성 방향은 대통령인 오바마가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미셸은 유세기간 중 군인 가정을 자주 찾아가 지지를 호소했다. 미 언론은 “미셸이 군인의 아내들과 자주 접촉하며 공화당이 장악한 군인 표를 잠식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군인 가정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진 후보의 부인은 없었다는 것이다. 미셸은 “가족들과 바다 건너 살아야 하는 군인들의 애환을 이해했다”며 “아무도 돌보지 않는 군인들의 생활을 보고 충격받았다”고 전했다.

오바마 당선 이후 미 언론은 첫 흑인 대통령 부인인 미셸이 어떤 백악관 안주인이 될지 집중 조명하고 있다. CBS방송은 5일 “미셸의 미모와 옷 입는 모습은 재클린 케네디(케네디 전 대통령의 부인), 교육 수준과 전문 지식은 힐러리, 가정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모습은 로라와 닮았다”고 보도했다. 미셸은 스스로 “백악관에서 ‘가정 통수권자(Mom-In-Chief)’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백악관에서도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앞세우겠다는 의미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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