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반등 끝 … 고배당주로 시선 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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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코스피지수가 1200선을 눈앞에 두고 꺾였다. 그동안 급등장을 이끈 기계·건설·조선·금융·철강 업종의 하락폭이 컸다. 업황 전망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가 많이 오른 게 부담이 됐다.

시장을 들뜨게 한 ‘오바마 효과’가 사라지자 시장의 관심은 배당주로 쏠리고 있다. 믿을 건 역시 현금을 많이 주는 주식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무차별 반등이 끝난 만큼 이젠 업종·종목별 옥석 가리기를 해야 할 때라는 주장도 나온다.

◆고배당주 관심=기업이 주주에게 배당을 많이 하려면 이익이 그만큼 늘어야 한다. 그런데 이익이 증가하더라도 주가가 너무 뛰면 한 주당 돌아가는 배당 수익률은 낮아진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에 투자할 때 기준으로 삼는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코리아’ 지수에 포함된 종목의 배당 수익률은 2005년 1.7%에서 지난해 1.45%로 떨어졌다. 이 기간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탓이다. 하지만 올해는 반대다. 지난해 말 1890선이던 코스피지수가 현재 1090선으로 800포인트나 떨어졌다. 그 바람에 한국 증시의 예상 배당 수익률(MSCI 코리아 기준)이 최근 2.5%로 높아졌다.

하지만 예상 배당 수익률이 높다고 무조건 지금까지 배당을 많이 주던 주식을 사는 건 위험하다. 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손 등 기업의 영업 외 손실이 확 늘었기 때문이다. 불황에 대비해 회사에 현금을 쌓아 두려는 욕구도 강해졌다. 대우증권이 거래소·코스닥 주요 기업 191개 사를 따져 봤더니 예상 배당률은 올라가지만 전체 배당액은 지난해보다 22% 줄어들 걸로 전망됐다. 대우증권 조승빈 연구원은 “지난해보다 순익이 늘어나면서 4분기 실적 전망도 나쁘지 않은 종목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한 가지 더 신경 쓸 것은 주가 흐름이다. 주가가 급락하면 배당 몇 푼 받으려다 되레 손해만 볼 수 있다. 조 연구원은 “최근 급등락한 조선주는 배당 매력이 높지만 주가가 불안하다”며 강원랜드·S-Oil을 고배당 유망주로 꼽았다.


◆결국은 실적=많이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반등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실적 전망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투자증권이 3분기 실적을 내놓은 거래소 기업 132개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4분기 영업이익이 늘어나고, 순이익률도 높아질 걸로 예상된 업종은 자동차, 섬유의복, 자본재(기계·조선·건설), 미디어, 유통업이었다. 하지만 이 중 자동차는 새로 들어설 오바마 정권이 보호무역을 강화하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자본재는 건설 경기가 나쁜 데다 기계·조선 역시 내년 전망이 밝지 않다. 우리투자증권 신중호 연구원은 “섬유의복·미디어·유통 같은 내수주가 당분간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내수주가 시장을 주도하긴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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