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이 '쓰레기 實名制' 나서-서초동 금호아파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16일 오전 서울서초구서초동 금호아파트 가동 앞.출근길에 나선 김영숙(金英淑.28.여.회사원)씨등 아파트 주민 10여명이줄줄이 집 밖으로 들고 나오는 쓰레기 봉투 위엔 큼지막하게 동.호수가 검정펜으로 적혀 있다.
지난 2일부터 물기있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이 아파트에서 처음으로 시작된.쓰레기 실명제'때문이다.金씨는“매직펜이나 스티커를 이용해 쓰레기 봉투에 주소를 적기 때문에 쓰레기가 각 가정의 얼굴이 됐다”고 말했다.
동.호수만 적는 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다.매일 오전8시부터 낮12시까지 각 동 쓰레기 수거함 앞에 지켜 서서.실명제 감독'을 맡은 이웃 주민의 통관(?)을 거쳐야 비로소 쓰레기 봉투를밖에 내놓을수 있다.이같은 이색 실명제는 지난달 중순 물기있는음식물 쓰레기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고심하던 부녀회 모임에서 제안됐다.
“쓰레기에 주소를 써 넣으면 옆구리 터진 봉투에서 국물이 줄줄 흘러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함부로 내버리지 않을 것같다”는한 주민의 제안이 즉석에서 채택된 것.
반상회와 주민투표의 1백% 동의를 받은 실명제는 1주일간의 시범기간까지 거쳤다.
부녀회장 김원희(金元姬.47.주부)씨는“실명제 조기 정착을 위해 3백24가구가 매일 한차례씩 순번제로 돌아가는 실명제 감독관을 맡는다”며“임무는 쓰레기 봉투에 동.호수를 제대로 적었는지,그리고 봉투에 물기가 눈에 보일만큼 고여 있 는지를 가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혹시 감독관의 눈을 피해 물기가 고여있는 쓰레기 봉투를 버릴경우 부녀회가 쓰레기 봉투의 주인을 찾아 1차 경고뒤 5만원이란 무거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있다.
이틀에 한번꼴로 쓰레기를 수거하는 고려미화㈜ 미화원 이상섭(李商燮.53)씨는“쓰레기 부피가 종전보다 절반이나 줄었고 무엇보다 쓰레기봉투에서 물이 새나오지 않아 수거하는데 편리하다”고말했다. <강홍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