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소프라노 신영옥 송년 독창회를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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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박수 소리가 점점 굵어지기 시작했다.청중들은 서서히 달아올랐고 앙코르곡으로 부른.어메이징 그레이스'에선 하나 둘씩 눈물을흘렸다.세곡의.답례'도 3천8백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아쉬움을 달랠 수는 없었다.
지난 11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소프라노 신영옥 송년콘서트.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돼 교감을 나누는 순간이 뒤늦게서야 온 것이 아쉽지만 무대의 주인공도 청중도 그날의 감동과 여운을 잊지 못할 것이다.
수원시향(지휘 금난새).모테트합창단과의 하모니로 빚어낸 이날무대는 2집 앨범.아베 마리아'의 수록곡과 크리스마스 캐럴로 꾸며졌다.처음엔 무대에 놓인 마이크와 스피커를 보고 의아해 했지만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나온다는 느낌은 거의 없었다.
세종문화회관 무대는 중저역으로 일관하는 성가곡을 부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장소이기 때문이라는 주최측의 설명이다.더구나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음향을 뚫고 객석에 도달하기에는 처음부터 무리가 예상됐다.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색다른 편곡으로 선보인 나운영의.나의 목자시니'와 콜로라투라의 기교를 유감없이 선보인 요한 슈트라우스의.봄의 소리 왈츠'.또 헨델의.빛나는 세라핌'에서 신영옥의 목소리는 트럼펫의 광휘(光輝)를 머금고 환하게 타올랐다.가식적인 기교보다 솔직 담백한 목소리로 다가오는신영옥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이끌어가는 여유를 간직하고 있었다.
이날 앙코르곡은 무반주로 부른.어메이징 그레이스'와 함께 뮤지컬.사운드 오브 뮤직'중.클라임 에브리 마운틴',.화이트 크리스마스'.무대 양옆에 놓인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스테인드 글라스를 연상하게 한 특수조명은 마치 교회당 내부에 앉아 있는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오랜만의 내한무대에서 신영옥의 콜로라투라아리아를 기대했던 청중들에게는 아쉬운 공연이었지만 합창과 오케스트라로 꾸미는 성탄음악회의 새로운 전형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부여하고 싶다.

<이장직 음 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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