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세상보기>쉰들러 보고서 제1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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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7면

“저 오스카 쉰들러가.탈북자 구조를 위한 세계모임'의 의뢰를받아 중국땅에 파견된지 상당한 시일이 흘렀습니다.저의 중국 파견 목적은 탈북자를 안전하게 한국까지 도착시키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었습니다.탈북자를 구조하는 방법은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귀 모임은 가스처형실로 가는 유대인 1천1백명을 구조해낸 저의 고전적 방법도 탈북자 구조에 원용(援用)할 수 있는지를 탐색해 보라고 권고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선 중국에 수많은 중소기업을 세워 대륙에서 떠도는 탈북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것을 제안하고자 합니다.다행히한.중 두나라는 최근 중국 중서부 내륙지방에 한국기업의 투자를확대한다는 방침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이들 기 업이 탈북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면 탈북자 증가와 유랑(流浪)에 일말의 불안을느끼는 중국도 안심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또 이들이 번 돈을 일부 북한으로 송금하도록 한다면 북한으로서는 인력수출로 생각하고 더 이상 탈북자를 극력 저지하지 않게 될지도 모릅니다. 저의 독특한 구조방식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신다면 또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그것은 탈북루트를 다양화하는 방법입니다.지금 러시아루트와 베트남루트는 휴면(休眠)상태에 있습니다.
러시아와 베트남 두나라 정부를 설득해 이것을 활성화 해야 합니다.만약 이들 두나라가 흔쾌히 협조한다면 훗날 금니를 뽑아 만든 보은(報恩)의 반지는 이들 나라 몫이 될겁니다.탈북자들은 거기에 이렇게 적어놓을 것입니다..한사람의 생명을 구한 사람은세계를 구한 것이다.' 그러나 탈북자 구조의 관건을 쥔 나라는역시 중국과 한국입니다.베이징(北京)주재 한국대사관이 탈북자의망명을 받아줘야 합니다.대사관이 망명처가 되는 국제적 관례가 중국의 난색 표명으로 이곳에서만은 통용되지 않고 있습니다.그래서 저 는 탈북자들은 망명객이 아니라 흩어진 가족을 찾는 또다른 가족에 불과하다는 점을 중국측에 설득하기로 했습니다.아울러중국 눈치만 보는 한국 정부에도 용기를 내라고 권고할 참입니다.한국인들은 뛰는 가슴을 진정하고 차가운 머리로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제가 본 바로는 숨어 있는 탈북자가 상당히 많습니다.한국은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를 서둘러야 합니다.한국인들이 통일비용에 수십조,수백조원이 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은 이 점에서 마음 든든합니다.그러나 최근 한국 정부가 겨우 5백 명을 수용할탈북자 수용시설을 그것도 2년간에 걸쳐 짓기로 했다는 소식은 저의 귀를 의심하게 합니다.잠이 덜 깬 관리의 잠꼬대가 아닐까요. 탈북자를 안전하게 한국까지 도착시키려면 산 넘고 물 건너할 일이 많습니다.두만강과 압록강의 강폭과 수심을 조사해야 합니다.결빙(結氷)이 도강에 쉽다지만 해빙 이후에도 대비해야할 것 아닙니까.해상루트.공중루트도 열어놔야 합니다.이 들이 대륙을 여행하는 경비는 쉽게 지원돼야 합니다.그러나 꼭 주의해야할것 세가지가 있습니다.북한 체포조의 집요한 눈길,말썽을 피하려는 중국 공안당국의 냉정,벌떼같은 한국 언론의 취재공세가 바로그것입니다.”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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