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민 주범’ 중국 기업 이제 와서 살려달라 읍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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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멜라민 파동’을 일으킨 중국 최대 우유가공업체 멍뉴(蒙牛)가 ‘민족주의’을 내세우며 중국 기업에 손을 벌려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중국경영보(經營報)에 따르면 멍뉴의 창업자 뉴건성(牛根生·사진) 회장은 지난달 중국기업인모임 회원들에게 호소문을 보냈다. 그는 호소문에서 “(멜라민 사태의 영향으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미국의 금융회사 모건스탠리에 담보로 잡힌 주식 가치도 떨어졌다”며 “이 틈을 타 해외 자본들이 멍뉴를 (헐값에) 삼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족을 대표하는 중국의 우유업체 멍뉴가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며 “급전을 융통해 달라”고 중국 기업들에 도움을 요청했다. 우호지분을 포함한 뉴 회장의 멍뉴 지분은 26%지만 외국인 지분은 46%를 넘었다.

뉴 회장의 이런 호소는 알리바바의 마윈(馬雲),신동방그룹의 위민훙(兪敏洪) 등 중국 대표 기업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중국 최대의 컴퓨터 제조업체인 레보노의 관계회사인 롄상(聯想) 지주그룹의 류촨즈(柳傳志)회장은 2억 위안(약 400억원)을 긴급 지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소식이 뒤늦게 언론을 통해 폭로되면서 뉴 회장과 멍뉴에 여론의 화살이 빗발치고 있다. 베이징청년보는 네티즌의 말을 인용해 “멜라민 파동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던 멍뉴의 경영진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민족기업 운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멜라민 사태로 판매량이 80%가량 급감하면서 멍뉴는 올해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8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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