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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부르는 신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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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근에 출간된 『회사 일에 상처받지 말아라』(원제: Leadership Therapy: Inside Mind of Microsoft)에서 그는 MS의 인재들을 만나며 느낀 리더십 이야기를 자세히 적었다. 그리고 리더십을 둘러싼 문제의 근원을 다섯 가지, 신념·자신감· 자기인식· 신뢰· 권력이라고 요약했다.

출판 담당 기자로서 매주 새로 나온 책을 접하면서 느끼는 것 중의 하나는 미국은 정말이지 ‘자기 계발’의 왕국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미국인들은 ‘신념’ 즉 ‘믿음(belief)’과 함께 ‘자신감’ ‘향상’ ‘성취’ 등의 말을 참 좋아한다는 점이다. 롤리가 MS를 위해 일하는 것 자체도 그러한 특징을 보여준다. 기업의 효율을 높이고 의사소통을 더 잘하기 위해서라면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의지, ‘향상’에 대한 믿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말이다.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미국 사회를 이해하는 키워드로 성취지향적 윤리관을 꼽았다. 이런 내용을 담은 그의 저서 『보보스는 파라다이스에 산다』(원제: On Paradise Drive: How we live now(and always have)in the Future Tense)는 한마디로 미국인이 작정하고 쓴 ‘미국 옹호론’이다.

그는 미국인이 심오하지도, 사색적이지도 않다는 평판에 고개를 끄덕인다. 도덕적 위선자들에다 관심은 편협하고 물질적 안위에만 신경 쓰는 것으로 비친다는 말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는 ‘미국을 제대로 보려면 그 이면을 보라’고 주문한다. 미국에는 “천박한 갈망뿐 아니라 거대하고 복잡하면서도 심오한 미국적 이상주의”가 있다는 것이다. 모든 개인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낙관주의적 신념도 놓치지 말란다. 조상들이 유토피아의 꿈을 안고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왔듯이 그곳이 ‘몽상가들의 땅’이고, 그 이상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동기의 밑바탕이라고 했다. 이 책에서도 신념이니 이상이니 추구니 하는 말은 수없이 등장한다. 역시 그는 미국인이다.

자동차 업계에서 영웅으로 꼽히는 리 아이아코카(84)는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미국인이게 하는 것은 포드와 크라이슬러를 이끈 이력만은 아닌 것 같다. 미국을 “꿈꾸고 노력한 만큼 실현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라 믿고, 지도자들을 ‘신념’의 잣대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더 미국적으로 보인다. “레이건은 신념이 강한 인물이었다” “버락 오바마에게는 카리스마와 정치적 신념이 있다”…. (『진정한 리더는 어디에 있는가?』에서)

오바마는 『담대한 희망』(원제: The Audacity of Hope)에서 그가 ‘믿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보통 사람들의 온당한 소망’을 믿고 ‘공감’이라는 가치를 믿는다고 했다. 어머니가 가르친 간단한 원칙,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하면 네 기분이 어떨 것 같니?”를 정치 활동의 길잡이 중 하나로 삼았다는 얘기도 자신의 신념을 알기 쉽게 설명한 것이다.

리더십의 핵심이 신념이며 소통이라고 말한다. 신념은 특히 중요하다. 지도자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도자가 명확한 가치관과 신념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그것을 통해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에너지를 얻고 아이들의 미래까지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새로운 도전과 큰 변화를 택했다. 버락 오바마가 믿는 가치와 신념에 표를 던진 것이다.

이은주 문화스포츠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