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수도권 손발 묶으면 지방이 발전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정치권이 수도권-비수도권으로 두 동강 날 지경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지방 출신 의원들은 모두 ‘수도권 규제완화=지방 죽이기’라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그 대열에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물론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까지 가세했다. 지방 대책을 먼저 내놓은 뒤 수도권 규제완화를 발표했어야 했다는 반대진영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지방경제의 절박한 상황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수도권의 손발을 묶어야만 지방이 발전하는 것인가.

수도권 규제완화는 실물경제 침체를 막기 위해 동원한 비상대책의 하나다. 설비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수도권 규제완화만큼 효과적인 수단도 없는 게 현실이다. 일단 실신 상태의 경제부터 살리는 게 급선무다.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대책이다. 또 길게 보면 수도권 규제는 언젠가 풀어야 할 숙제였다. 개방된 경제에서 일본·중국과 경쟁하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입지 규제가 풀리는 첨단 25개 업종도 수도권이 막히면 지방보다 외국으로 나갈 업종이 대부분이다.

정치권의 폐쇄적 시각은 걱정스럽다. “북한 장사정포의 사정권 내에 있는 수도권은 위험하다”는 반대진영의 정치공세가 대표적이다. 차라리 수도권이나 지방 대신, 대놓고 북한 위협이 없는 중국이나 동남아로 나가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지방경제의 황폐화에 대한 지역구 의원들의 걱정은 이해한다. 그래도 지방-수도권의 이분법적 사고에 얽매여선 희망이 없다. 좁은 국토 안에서 편 가르기와 소모전, 새로운 지역주의만 부추길 뿐이다.

지방과 수도권은 대립관계가 아니다. 수도권 규제완화가 먼저냐, 지방 발전이 먼저냐를 따지는 것부터 의미 없는 일이다. 둘 다 같이 가는 게 최선이다. 따라서 정부는 지방의 성난 민심을 달랠 후속 조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수도권의 국제경쟁력이 커지는 만큼 그 과실을 비수도권과 공유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달 말에 나올 지방종합대책에는 비수도권의 상대적 박탈감을 가라앉히고 지방경제를 살릴 현실적 대안을 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