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된 경제 상황에 대응하는 방식이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 때문에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로이터가 4일 보도했다. 크레디리요네증권(CLSA) 싱가포르지점 직원들은 최근 해고자를 줄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연봉을 최대 25% 삭감하는 내용에 동의했다. 서울지점도 전체 직원의 85%가 연봉 25% 삭감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지점의 한 서양인 직원은 “임금 삭감안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동료 사이에서 ‘비열한 인간’ 취급을 받을까 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차타드반도체도 당분간 직원 연봉을 5~20% 삭감하기로 했고 일본의 반도체회사 엘피다도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을 50% 삭감했다.
반면 서구 기업들은 정리해고라는 강수를 선택했다. 헤드헌터 스티븐 펭은 “투자자들에게 비용 절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고 설명했다. 골드먼삭스부터 GM까지 미국의 대표적 기업들은 연말까지 회사마다 수천 명을 정리해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같은 차이는 문화적 배경 차이에서 비롯했다. 싱가포르경영대학(SMU)의 마이클 베놀리얼(조직행동학) 교수는 “서구에는 개인주의적 생존 경쟁이 치열한 반면 동양에서는 ‘짐은 나눠서 지는 것이 옳다’는 유교적 관점을 바탕으로 한 집단 책임의식 같은 것이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직원들을 보호하려는 아시아 기업들의 노력이 실업률 증가를 막아 수출이 어려워지는 시기에도 아시아 경제를 지탱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새 직원을 뽑아 다시 교육하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경기 침체에서 더 빨리 회복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