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北 김경호씨 一家 김포 도착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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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金씨는 가벼운 중풍을 앓고 있는 탓에 부인 최현실씨와 조카의부축을 받고 천천히 걸어 입국장을 빠져 나왔으나 얼굴은 비교적건강해 보였다.金씨는 검은색 바탕에 흰 무늬의 점퍼차림이었으며부인 崔씨는 자줏빛 스웨터에 바지를 입고 있 었다.金씨 일행은취재진과 마중나온 친척들에게 환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고맙습니다”는 인사를 연신 건넸다.
金씨는 그러나 오랜 여행과 4시간여에 걸친 비행에 지친듯 기자회견후 귀빈주차장으로 빠져나올 땐 형 경태씨와 나란히 대한항공측이 제공한 휠체어를 이용했다.
이에 앞서 이들은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안에서는 긴장이 풀리지 않은 탓인지 기내식을 남기기도 했으며 시종 조심스런 행동이었다. …김경호씨의 친형수 김원순(金元順.61.경기도의왕시내손2동)씨는“시동생과 가족을 본 것이 꿈만 같다”며“함께 집으로가 이야기도 하고 밥도 지어먹고 싶었는데…”라며 잠시 헤어지는데 아쉬움을 피력.경호씨의 친조카 김선옥(金仙玉.41. 경기도수원시영화동)씨는“작은아버지를 만나니 돌아가신 아버지를 다시 만난 것같다”면서“작은아버지가 생각보다 많이 늙으셨고 젊은 사람들의 손도 갈퀴같아 너무 가슴아팠다”고 북에서 친지들이 당했을 고통에 안타까운듯 눈물을 글썽.
…金씨 일가는 가족들에게서 받은 장미꽃다발을 안고 경찰들의 삼엄한 경계속에 공항 3층에서 귀빈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귀빈주차장으로 이동.귀빈 주차장에 도착한 이들은 대기하고 있던 1백여명의 취재진에 잠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자유의 공기'를 호흡하는 기쁨에 눈물을 훔치며 꽃다발을 흔드는등 감격에 겨운 모습.
…대한항공측은 중풍에 걸린 김경호씨와 임산부인 김명순씨를 위해 탑승구앞에 휠체어 2대를 대기시켰으나 김명순씨는 끝까지 이용을 사양했고 김경호씨는 탑승구에서 열린 가족상봉.기자회견 절차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이동할 때까지만 잠시 사용 .김경호씨는오른 손을 거의 쓸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환영나온 인파의 환호에 보답하기 위해 손을 흔들어 보이려고 애쓰는 모습.金씨 일행중 어른들은 이동과정에서 기자들의 치열한 취재경쟁에 부닥치자 어린이들을 보호하려는듯 두팔로 꼭 감 싸안았으며 때때로 아이들뺨에 입을 맞추는등 감개무량함을 표출.
…金씨 일가는 이날 일반 여행객들이 통과하는 입국 심사대와 세관 검사대를 거치지 않고 귀빈용 의전실을 통해 입국.
이에 따라 이들에 대한 입국심사는 보세구역내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관계기관에서 일괄 대행.
…24인승 미니버스 편으로 공항을 출발한 金씨 일행은 처음 보는 서울거리가 신기한듯 옆에 앉은 사람과 귀엣말을 나누는가 하면 차창 밖을 바라보면서 자동차가 엄청나게 많은데 놀라는 표정. 그러나 공항주변 등촌동을 지날때 시민들이 손을 흔들어 환영의 뜻을 전하자 이들은 차안에서 꽃다발과 손을 흔들어 반갑게화답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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