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발상을 바꾸면 해외시장이 열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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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시야부터 넓혀놓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넓은 세계를 꿈이라도 꿔야 그에 어울리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듯합니다. 뜨인돌 출판사의 기획 담당 박철준씨와 이야기하다 보면 그런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 출판사가 지난해 청소년용으로 번역 출간한 『지구가 큰일 났어요』를 가공하는 솜씨는 참으로 놀랍습니다. 미국의 독수리, 일본의 너구리, 인도의 호랑이, 브라질의 악어 등 주인공들이 환경회의를 열고 생활속에서 손쉽게 지구촌 환경을 지킬 아이디어를 짜내는 내용입니다.

박씨는 이 일본 책을 잡으면서 ‘엉뚱’하게도 일본시장을 염두에 뒀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뜨거워지고 있는 한국어 붐에 편승해 일본 책 옆에 한글로 된 이 번역서를 나란히 놓겠다는 포부였습니다. 그 꿈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일본의 한 회사가 7월 1일부터 일본 전국의 서점에서 뜨인돌 출판사가 한글로 옮긴 『지구가 큰일 났어요』를 팔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박씨의 ‘작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일본인 이안·마리루(필명)부부가 현재 한국을 방문 중인데, 2권 집필을 위한 자료 수집이 목적이랍니다. 2권에서는 우리나라 대표로 백구가 새로 등장한다는군요. 그것도 일약 주인공으로 말입니다. 아이디어를 짜내도 참 깜찍하게 짜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출판사가 1999년부터 출간해 온 『노빈슨 크루소 따라잡기』시리즈는 일본·중국·대만·태국에 이어 미국과 영국·독일·프랑스 진출을 꾀하고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의 갈리마르 출판사가 이 시리즈의 출간을 결정하는 날은 우리 출판의 역사에 한 획을 긋게 되겠지요. 이제는 지구촌을 어느 정도 공략하느냐에 따라 우리 출판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 확실합니다.

정명진 기자 Book Review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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