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문화적 차이가 창의적 발상의 원동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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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과학에서도 독창적인 브랜드를 만들어야 노벨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남들이 다 해놓은 분야를 뒤쫓아 가봐야 알아주지 않습니다."

2001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일본 나고야대 노요리 료지(野依良治.66)교수는 한국이나 아시아 과학자들이 세계의 과학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분야를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요리 교수는 한국학술원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4차 아시아학술대회(SCA)에 참석차 내한했다.

그는 문화적 차이가 새로운 발상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학은 국경이 없습니다. 세계적으로 공통된 언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각국의 문화는 다릅니다. 바로 이런 차이에 의해 서로 다른 창의적인 발상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는 하나의 연구 성과가 전 세계 사람들이 알아줄 정도로 대접받으려면 독창성 외에도 연구를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하는 리더십과 사회발전에 대한 높은 기여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노벨상 수상 업적 역시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를 개척한 것이었으며, 오늘날 신약 개발 등 화합물 합성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처럼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가 문제라며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청소년들이 과학을 싫어하는 이유는 과학 교육이 주입식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교과서 역시 흥미를 잃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개선하려면 과학교사의 질을 높이고, 과학자들에게 더 좋은 대우를 해줘야 합니다."

노요리 교수는 아시아학술대회가 세계 과학발전에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은데 미국을 비롯해 특정 국가가 단독으로 풀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아시아학술대회 회원들을 주축으로 한 과학자들이 지구촌이 안고 있는 문제를 푸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노요리 교수는 화학 물질에 존재하는 대칭 구조를 선택적으로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한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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