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문제 갈수록 짐" 北·日, 서로 이해 일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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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일본과 북한이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한 것은 일본인 납치문제가 갈수록 양측 모두에 짐이 된다는 점에서 서로 이해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북한에 납치됐던 일본인 5명이 북한에 가족 8명을 남겨둔 채 귀국한 지 1년7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일본은 "가족을 돌려보내라", 북한은 "5명이 잠시 방문한다고 약속했던 만큼 먼저 북한에 잠시라도 돌아와야 한다"며 팽팽히 맞서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납치문제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정치적 짐이 됐다. 핵 문제가 있는 북한으로서도 일본과 외교마찰을 겪는 게 부담인 데다 경제적 지원도 아쉬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양측은 물밑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 방안을 협의했다. 북한 측이 먼저 "5명 대신 고위인사 방북"을 제안한 데 대해 고이즈미 총리가 "내가 직접 가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14일 아침 승낙을 통보했다고 지지(時事)통신은 14일 밝혔다.

고이즈미 총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에서 2002년 9월 북.일 정상회담에서 발표한 '평양선언'의 정신을 강조하면서 납치자 가족 8명의 송환과 국교정상화 협상 재개를 맞교환하자고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 문제도 언급할 전망이다. 일본은 회담결과를 낙관하고 있다.

주일 외교소식통은 "고이즈미 총리가 납치피해자 가족 8명을 데리고 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북.일관계도 해빙기를 맞을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납치피해자 가족들이 귀국하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고, 북.일수교 협상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 대표는 14일 "양국 교섭이 진전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납치문제가 풀리면 고이즈미 총리는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고, 장기집권의 길을 열게 된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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