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배고픔보다 더한 학살 공포-대학살의 현장 르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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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5일 오전11시 르완다 수도인 키갈리에서 1백20㎞쯤 떨어진라르타밀 마을.나뭇잎과 낡은 천막으로 만들어진 움막집 4백여채가 산비탈을 따라 늘어서 있다.
11월 중순부터 자이르에서 돌아온 후투족 난민들이 고향집을 찾아갔으나 대이동 기간중 집이 불타버려 자연스럽게 모이다보니 형성된 마을이다.
반평부터 두평이내 규모에 높이가 1 남짓한 이 움막집에는 이부자리와 솥 1~2개,낡을대로 낡아 누더기가 된 옷가지 몇벌과산에서 베어다 말리고 있는 나무가 가재도구의 전부다.
움막집마다 5~9명의 식구가 기거해 두다리를 펴고 자는 것은꿈같은 이야기고 해발 2천2백 산악지대에 위치,한밤에 엄습하는한기로 노약자들은 만성 감기및 호흡기질환에 시달리고 있다.94년 대학살때 형제 2명이 살해된뒤 아홉식구를 데리고 자이르로 피신했다 귀향한 입딜라이(41)는“지난달 2일 자이르를 떠나 고향집을 찾았지만 집과 가재도구가 모두 불타 움막을 짓고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문제 못지 않게 이 마을 주민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식량.정부와 유엔이 지난달 26일부터 이 마을에 대해 배급을 시작했으나 주식인 옥수수가루 배급량이 턱없이 모자라 하루 한끼조차 제대로 먹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이들 후투족 난민들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며 불안하게만들고 있는 것은 후투.투치족 분쟁의 재연.
정부가 귀향보장과 함께 적극적으로 정착지원은 하고 있으나 종족갈등이 일어나면 또다시 94년과 같은 대학살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이들 마음속에 항상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자이르 고마지역 난민촌에 있다 귀향한 하테게키마나(17)는“고마 캠프에서 우리를 도와주었던 한국의 자원봉사단등이 다시 지원해주면 고향에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며“종족갈등도 국제적 관심이 르완다에 집중되면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어른보다 나은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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