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대통령도 선거중립 의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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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A4 용지로 51쪽에 달하는 헌법재판소 결정 전문에는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될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대통령의 정치중립과 관련, 헌재는 "대통령이 공무 수행 중에 특정 정당 지지 발언을 하면 선거법 위반"이라며 "대통령도 선거중립 의무를 지닌 공직자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헌재는 "선거법 9조에서 말하는 '공무원'이란 원칙적으로 좁은 의미의 직업공무원은 물론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통해 국가에 봉사하는 정치적 공무원까지 포함된다"고 정의했다. "대통령과 같은 정무직 공무원은 정치적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는 기존 청와대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선거법 9조는 '공무원은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이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그러나 "대통령이 공직자가 아닌 정당의 간부로서 전당대회에 참석해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의견표명을 하거나 소속 정당에 대해 지지를 표명할 수는 있다. 이 경우에도 자신의 언행이 미칠 정치적 파급 효과를 고려해 절제와 자제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 행위'로 다섯 가지 예를 들었다. ▶뇌물수수.공금횡령 등 부정부패 행위▶국가 이익을 명백하게 해하는 행위▶권한을 남용해 국회 등 다른 헌법기관의 권한을 침해한 경우▶국가조직을 이용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국가조직을 이용해 부정선거 운동이나 선거조작을 하는 경우 등이다.

헌재는 국회가 지난해 인사청문회를 열어 고영구 국정원장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의 판정을 반드시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관료들에 대한 인사는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는 것이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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