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기 대책은 성장동력에 집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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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이름하여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이다. 재정자금을 넣어 실물경제의 침체를 막고, 부동산 규제를 풀어 건설경기를 살리자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다투어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그동안의 위기 대응책이 번번이 정책 타이밍을 놓쳐 실기한 것에 비해 이번 대책은 선제적으로 경기 침체에 대응하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일단 시의적절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실기하지 않겠다는 의욕이 앞서는 바람에 너무 서둘러 대책을 만들었다는 인상이 짙다. 효과가 의문스럽거나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예상되는 대목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내년 예산의 지출 규모를 11조원 늘리고 3조원의 세금을 추가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재정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일단 재정자금을 퍼부어 경기를 부추기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예산을 쓰겠다는 곳이 주로 지방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중소기업·영세 자영업자·농어업인에 대한 금융 지원이다. 앞으로 경기가 더 나빠질 경우 지방과 취약 계층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재정자금은 장단기 효과를 따져보고 우선 순위를 정해 가장 효율적인 분야에 먼저 투입해야 한다. 어렵다고 무작정 국민 세금을 퍼줘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과연 지방 SOC 투자나 어려운 계층에 대한 금융 지원이 우선돼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보다는 앞으로 경기가 회복될 때에 대비해 성장잠재력이 큰 분야에 투자자금을 집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이다. 재정지출의 큰 줄기는 투자효과와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큰 곳으로 몰아주고, 경기침체로 타격을 받는 저소득층은 사회안전망의 차원에서 복지지출을 통해 지원하자는 얘기다.

위기상황에서 우선 급한 대로 정부 돈을 풀어 경기 침체를 막고 보자는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급해도 국민 세금이 제대로 쓰이도록 할 책임은 여전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