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노르망디 해안 '오염박물관'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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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모파상의 작품무대였던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해안..여자의 일생'의 주인공 잔이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들던 이 바닷가에 1백년이 지난 오늘날 자장가와는 딴판인 이색 박물관이 생겨났다..르 아브르항구의 보물'.입구의 간판을 보고 바다의 보물을 구경하러 들어간 관람객들은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다.스무평 남짓한 방에는 배나 나침반.마도로스 파이프.지도도 없다.
대신 콜라 깡통과 맥주병.플라스틱 샌들등이 사방 전시대를 빼곡이 채우고 있다.
반문명전시관이랄 수 있는 이 이색공간의 관장은 전 프랑스 국영철도 직원 필립 당제르(36).“바다에는 조개만 사는줄 알았습니다.” 파도가 밀려오며 무더기로 토해내는 쓰레기를 보고 결코 무심할 수 없었던 그는 올해초 처음으로 오염박 물관이란 것을 구상하게 됐다고 한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았다.
지난 여름에는 해변에 버려진 선글라스. 비치볼.수영복등 총10만점을 모아.여름의 잔해'라는 이름의 전시회를 가졌다.
때마침 휴가철이라 바캉스족들까지 가세해 1만명도 넘게 이 전시회를 다녀갔고 덕분에 그는 일약 유명인사가 됐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추악한 모습을 대면한 관람객들이 얼굴을 붉히게 됐다는 사실이라고.
현재.르 아브르항구의 보물'이 소장한 전시품은 대부분 산업의총아인 플라스틱.다른 한켠에는 심연에서 캐낸 2차세계대전중 연합군이 버린 탄약과 대포 파편도 보인다.그리스.로마의 난파선이남긴 황금 대신 해저에서 나오는 것은 하루 평 균 40여의 쓰레기.현대 인류문명의 현주소다.
이 전시관은 97년부터 인근 푸르빌시의 시립박물관으로 옮겨진다.환경불감증에 걸린 국민들을 각성시키기 위해 정부당국이 오염박물관의 확장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최성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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