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法개정案 관련 이수성총리 내세워 청와대 부담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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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개월간의 노동법 개정작업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지난 4월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신 노사구상부터 이수성(李壽成)총리의 3일 담화까지 반전과 재반전으로 이어졌다.
대통령 직속기구로 노개위(노사개혁위원회)가 출범할때 노조가 원하는 쪽에 개정의 비중이 두어질 것이라는게 일반적 전망이었다. 당시 토론장에 나온 사(使)측은 방어자세를 취했다.
재계는 金대통령의 메시지를 사측이 먼저 양보하라는 것으로 지레 짐작했다.그런 분위기속에 청와대쪽 담당인 박세일(朴世逸)사회복지수석은 서둘렀다.
7월15일 노개위활동의 중간보고때 金대통령은“(노사 합의를)서두르지 말라”고 지시했다.
첫 반전이었다.
8월말까지 합의안을 내려던 朴수석은 주춤했다.
이무렵은 金대통령이 고비용.저효율 경제구조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기 시작할때다.나웅배(羅雄培)경제부총리.구본영(具本英)경제수석을 바꾸려고 결심할 때다.
8월초 개각으로 들어온 이석채(李錫采)경제수석은 노개위의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었다.李수석은 기업의 의욕을 살리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야한다고 강조했으며,이원종(李源宗)정무수석이 밀어주었다.문종수(文鐘洙)민정수석은 불법노동운동 근절차 원에서 합세했다.金대통령은 국가경쟁력강화 측면에서 재계 입장을 평가했다.
金대통령의 9월 아르헨티나방문은 그런 믿음을 확신으로 뒷받침해주었다.
노조 천국인 곳에서 경제 재도약을 위해 노동자의 해고 자유화를 추진하는 카를로스 메넴대통령의 정책은 金대통령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남미방문후 경쟁력 10%높이기 운동이 등장했다.노개위에서 경총(經總)의 자세가 강해졌다.남미순방을 따라간 재계인사들은 金대통령의 입장변화를 알아채고 경총에 『밀릴 이유가 없다』고 주문했다.노개위 토론은 더욱 평행선을 그었다.
10월들어 청와대에서는 개정하지말고 덮어두자는 유보론이 강해졌다.복수노조.변형근로제등 쟁점은 결국 타협되지 않았다.
그러나 노개위의 합의실패를 이유로 덮어둘 경우에 나올.개혁실종'.국정관리 능력부족'이라는 비판을 청와대는 견디기 어려웠다. 11월10일 당정회의때 李총리가 이문제로 처음 전면에 등장했다.노개위를 대통령직속기구로 둔데 대한 부담을 덜기위한 것이었다.정부주도로 개정안을 만들되 국회처리와 분리한다는 원칙을 결정했다.재(再)반전된 것이다.
李총리는 11월29일 金대통령에게 정부안을 보고한뒤 다시 관계장관들과 머리를 맞댔다.
총리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안을 다시 장관들과 논의하는 것은전례가 드문 일이었다.이 과정에서 경제살리기 목표가 다시 반영됐다. 이런 우여곡절은 金대통령의 노사문제에 대한 시각변화와 같은 궤도를 그렸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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