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정두언·이방호도 중용돼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이재오 전 의원 조기 복귀설에 때맞춰 여권에서 친정체제 구축론이 공개적으로 튀어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을 도와 정권을 창출한 ‘개국공신’들을 청와대와 정부나 당의 전면에 포진시켜 집권 2년차를 맞자는 게 친정체제 구축론이다.

그래야 ‘이명박식 개혁’에 힘이 실린다는 논리다. 이런 논의를 앞장서 공론화하는 이들은 한나라당 내에서 이재오 전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이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권의 전면적인 인적 개편을 제안했다. 그는 “지지율이 70~80%에서 출범한 정부가 8개월 만에 30%를 넘나드는 격변을 겪고 있다”며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그는 “(인적 개편은) 개각뿐 아니라 청와대 비서진까지 전폭적이어야 한다”며 “(정권 창출) 주역으로서 (정권과) 성패를 같이 할사람들이 중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 최고위원은 이런 주장 끝에 중용돼야 할 사람들의 이름들도 적극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이재오 전 의원은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본 적이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라며 “정두언 의원, 이방호 전 의원 등도 모두 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세 사람은 모두 현 정권 탄생의 ‘1등 공신’이지만 현재는 외곽으로 돌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총선에서 떨어진 뒤 미국 워싱턴에 머물고 있다. 당 사무총장으로 총선 공천을 책임졌던 이방호 전 의원도 낙선한 뒤 야인 신분이다.

정 의원은 재선에 성공했지만 아무런 직책을 맡지 않고 있다. 친정체제 구축론은 이들처럼 뿔뿔이 흩어져 있는 ‘핵심 이명박맨’들을 모아 여권의 힘을 결집하자는 주장이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지난달 29일 출국해 이재오 전 의원을 만나고 2일 귀국한 진수희 의원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본지 11월 1일자 6면>

그는 “이 전 의원이 ‘내년은 MB 개혁을 할 수 있는 적기다. 총력체제를 구축해 위기일수록 과감한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진 의원은 “대통령을 만든 사람들이 다시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게 주변 의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친정체제 구축론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주장이 여권 내부 세력 판도에 변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선 지난해 경선을 치르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진 박근혜계를 자극할 수도 있다. 한 의원은 “국민 여론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통령의 일부 측근이 너무 앞서가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재오 전 의원 역시 진 의원을 통해 “당분간 (한국에)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며 “내가 들어간다면 내부에서 다른 얘기가 나와선 안 될 것”이란 뜻을 전했다. 또 “그 직위에 있지 않으면 그 자리의 일을 논하지 말라(不在其位 不謀其政)”는 『논어』의 구절을 인용하며 “권력은 멀리하되 일을 가까이 하라”는 메모도 전달했다.

이 전 의원은 또 대화 중에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일을 논하지 말라”는 『자치통감』의 구절도 인용했다고 한다.

주변에선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결심과 당내 여론 수렴 등이 귀국의 선결 과제임을 의식한 발언들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 진 의원은 “이 전 의원의 귀국이 연말 전에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