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투표일 놀랄 일 없다는 게 놀랄 일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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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4일 미국 대선 투표일에 놀랄 만한 일이 벌어질까. 워싱턴 포스트(WP)는 1일 전문가 8명이 예상하는 투표일 ‘서프라이즈(surprise:깜짝 놀랄 이변)’를 보도했다.

헤더 윌슨 하원의원(공화당)은 “이번 대선에는 1억3000만 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사상 최대의 투표자 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젊은 층과 흑인들이 대거 투표하는 데다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사람도 과거와 달리 대선에 큰 관심을 표명해 투표장을 찾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올해 대선에서 아직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는 대개 나이 많고, 농촌에 거주하는 사람이 많아 매케인을 찍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딕 모리스 폭스뉴스 정치분석가는 “이번 대선은 오바마가 경제위기와 두 개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느냐를 가리는 심판대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부동층의 상당수는 매케인을 찍을 것”이라고 점쳤다.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HW 부시 정권에서 백악관에 몸담았던 에드 로저스는 “선거가 끝난 것처럼 보도하는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과 대통령에 당선된 듯이 행동하는 오바마 진영의 오만함, 오바마에 대한 피로감 등이 매케인 동정표로 이어져 역전극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큰 이변이 없는 한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승리를 점치는 의견도 많았다. 로버트 시럼 뉴욕대 교수는 “올해는 투표일 ‘서프라이즈’가 없다는 것이 서프라이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가 매케인을 크게 앞서고 있으며, 브래들리 효과(백인 유권자가 여론 조사에서 흑인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답변과는 달리 투표장에서 백인 후보를 지지하는 현상)가 설사 있다 해도 젊은 층과 흑인의 높은 투표 참여로 상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임스 카빌 CNN 정치분석가는 “오바마의 당선은 기정사실이며 얼마나 선거인단 격차를 확대할지가 관심”이라며 “제3의 후보(무소속의 랠프 네이더, 자유당의 밥 바) 지지표가 공화당 텃밭으로 여겨지던 조지아주와 몬태나주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표를 갉아먹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수적 싱크탱크인 ‘평등기회센터(CEO)’의 린다 차베스 회장은 “매케인이 히스패닉(중남미 출신의 미국인) 표의 30%라도 얻는다면 놀랄 만한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이 국가 안보를 내세워 강력한 이민 제한을 주장해 히스패닉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매케인은 히스패닉이 많은 콜로라도·플로리다·네바다·뉴멕시코주에서 오바마에게 뒤지며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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