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藝人들 대학로 카페 '밀다원'에서 친목모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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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연극인들의 사랑방 카페.밀다원(蜜茶苑)'을 아십니까.
서울 대학로 중간쯤에 자리잡은 샘터빌딩내 카페 밀다원.이곳에들르면 언제나 담배연기속에 한담을 나누는 연극인들의 체취가 방안 가득하다.
원래.밀다원'은 소설 속의 공간.김동리가 50년대 초반 발표한 단편.밀다원시대'에 등장하는 부산 광복동의 2층 다방.밀다원'이 바로 그곳이다.이.밀 다방'은 전후(戰後) 허기진 예인들의 갈증을 채워주던 만남의 장소로 묘사된다.
대학로 밀다원은 10년전 샘터 이사장 김재순씨의 아이디어로 소설 속의 풍경을 예인의 거리 대학로에 살려보자는 것이었다.그뜻대로 지금 이 곳엔 하루도 빠짐없이 들러 한잔의 커피와 한담으로 소일하는 예인들이 있어 옛날 그 멋들어진 풍류를 느끼게 한다. .예밀구락부'.클럽의 한자식 조어인 구락부(俱樂部)가 영 구식이지만 그런대로 향수가 묻어난다.물론 예밀은 예술의.예'와 밀다원의.밀'에서 따왔다.이 구락부의 주인공은 칠팔순이 지났어도.만년 현역'이라며 노익장을 과시하는 원로 연극. 연예인들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MC 전방일(87)씨를 비롯,원로배우 고설봉(84).강계식(80).추석양(72).신동훈,작가 홍태식(80).음악평론가 황문평(77),극작가 장순안(64)씨등이 주축이다.여기에 손자.손녀뻘의 연출가 박원경과 배우 원 영애가 가담,모두 열명의 멤버로 구성됐다.이들이 바로.신 밀다원시대'의 주역들이다.
원로급중 가장 막내인 장씨의 말.“5년전에 모임을 만들었지.
의도적이라기보다 자연스럽게 이곳에 들르다보니 모임이 된거야.”고설봉씨의 아이디어로 탄생한.예밀구락부'의 멤버들은 한달에 한번씩 단체회식을 하며 우의를 다진다..예밀구락부'는 얼마전 또하나의 방계 모임도 만들었다.이종열(연극협회 사무국장).김종칠.박팔영등 젊은 연극인 10여명을 끌어들여.노소 동락당(老少同樂黨)'을 결성한 것.
.노소동락당'의 젊은 멤버들은 적어도 1주일에 한번은.밀다원회동'을 갖고 깍듯이 원로들을 모시며 식사 대접을 한다.사람냄새가 묻어나는.밀다원'만의 아름다운 광경이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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