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빠이'이상룡씨 혐의 못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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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뽀빠이 이상룡(李相瀧.52.사진)씨의 심장병 어린이 후원금 유용 의혹사건 수사가 한달이 다 되도록 구체적인 혐의를 찾지 못한 가운데 사건 이후 후원금 지원이 끊겨 심장병 어린이들이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사=경찰은 지난달 9일 李씨가 기자회견에서“일부 후원금 유용 사실을 인정하며 모든 처벌을 받겠다”고 말해 소환 즉시 사법처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경찰에 출두한 李씨가“부하직원이 잘못했을뿐 내가 유용한 수익금은 전혀 없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데다 물증조차 찾지 못하는 바람에 수사가 미궁에 빠진 것이다.
李씨의 혐의는 ▶후원금 6백만원중 3백62만원을 어린이보호회에 입금하지 않고 다른 통장에 보관한 점(업무상 횡령)▶뽀빠이출판사업부 이학로 사장과 짜고 수기를 판매,이득을 취했다는 것(사기)이었다.한 수사간부는“李씨만큼 순진한 사 람은 처음 봤다.뽀빠이 훼미리 장부가 구멍가게보다 더 엉망이다.李씨가 회사기획실장등 후배들에게 속은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李씨 주장=李씨는“뽀빠이출판사업부 이익금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고 단지 초상권 명목의 돈만 받았다.후원금 일부를 직원들이 관리를 못해 이같은 일이 생겼다”고 밝혔다.
그는 초상권을 빌려주는 대가로 받은 3억원중 1억원은 동업자에게 주고 나머지 2억원은 10개월간 2천만원씩 나눠 받아 매달 3백만원은 어린이보호회로 송금하고 나머지 1천7백만원도 장학금 명목으로 통장에 보관중이라고 주장했다.
李씨는 또“다른 연예인들처럼 골프나 치고 편하게 살 수 있었지만 어린이들의 꺼져가는 생명을 보고 나섰다가 파멸만 맞게 됐다.다시는 심장병어린이돕기에 손대지 않겠다.1천명을 수술해주고은퇴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李씨는 79년 서울용산에.어린이보호회'사무실을 개설하고 심장병어린이돕기 운동에 나선 이후 17년동안 모두 5백54명의 어린 생명을 살려냈다.이같은 선행이 알려지면서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을 비롯한 각계의 적극적인 후원을 이끌어냈다.
◇끊긴 후원금=李씨 사건 이후 심장병 어린이 돕기 후원금이 끊겨 어린이들의 수술일정이 연기되는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李씨는 어린이보호회 회장직을 내놓았고 18일 朴영관 부천세종병원장이 새로 회장으로 선임됐다.김종숙(金鍾淑.35)사무국장은“연간 예산 10억원중 80%가 회원이나 기업체 후원금이고 나머지는 李씨가 보내주는 돈인데 이번 사건으로 후원 금이 절반이상 줄었다.대기환자 40명의 수술일정 연기가 불가피하고 이외에는 접수조차 하지 못할 형편”이라고 한숨지었다.
매달 1만원을 보낸다는 鄭모(38.여.회사원)씨는“李씨 의혹과 관계없이 시간을 다투는 심장병 어린이 수술은 차질이 없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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