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S發 국제금융시장 불안 당분간 이어진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6호 28면

신용디폴트스와프(CDS)는 1995년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이 처음 도입한 파생상품이다. 그동안 고수익을 안겨줘 매년 시장 규모가 배 이상 성장해 왔다. 삼성경제연구소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말 기준으로 세계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CDS 계약(잔액 기준, 디폴트 보장 규모)은 62조2000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기업의 부도 가능성이 커지면서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수요가 많아져 CDS 거래도 덩달아 늘었다. 채권을 손에 쥐고 있지 않은 투자자가 투기적 거래에 뛰어든 것도 거래량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그러다 보니 CDS 계약 규모는 미 회사채 발행잔액(4조 달러)의 15배를 넘어섰다. CDS는 대형 금융회사 파생상품 거래 수익의 90% 정도를 올려줘 효자로 여겨져 왔다.

CDS 거래를 가장 활발하게 해온 곳은 JP모건체이스다. 계약 규모가 10조2000억 달러로 전체 시장의 16%를 차지한다. 이어 씨티그룹(3조6000억 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2조7000억 달러), HSBC(1조2000억 달러) 순이다.

CDS 거래는 신용 위험을 전가하는 보장매입자와 계약기간 동안 신용 위험을 부담하는 보장매도자 사이에서 이뤄진다. 보장매입자는 자신이 보유한 대출이나 증권이 망가지는 위험을 보장매도자에게 전가하는 대신 그 대가로 프리미엄(수수료)을 지급한다. CDS 시장의 ‘큰손’인 은행의 경우 보장매입이 보장매도보다 약간 많다. 아무래도 다른 금융기관보다는 위험 회피 성향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헤지펀드나 보험사는 보장매도 비중이 더 높다. 헤지펀드는 고수익을 좇는 특성 때문에, 보험사는 남의 리스크를 평가하는 게 본업이기 때문에 보장매도를 많이 했다. 보장매도로 프리미엄을 받아 짭짤하게 장사를 했던 헤지펀드와 보험사는 최근 다른 금융회사나 기업의 채무불이행이 급속하게 늘면서 추가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것도 이 때문이다. AIG는 4410억 달러의 CDS 계약을 ‘매도’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로 인해 최근까지 250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결국 불황으로 기업의 채무불이행이 늘어나면 원리금을 대신 지급해야 하는 CDS 보장매도 기관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CDS 거래는 기본적으로 장외에서 이뤄져 정확한 거래 규모를 파악하기조차 힘들다. 그래서 시장 불안을 더 키우고 있다. 유정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CDS 거래로 인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