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 여러분 생각보다 더 오래갈지도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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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재계회의 위원 접견행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대통령, 윌리엄 로즈 씨티그룹 부회장, 마이런 브릴리언트 한·미 재계회의 사무국 회장, 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 위원장, 윌리엄 오벌린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왼쪽부터). 오종택 기자

3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1차 한·미 재계회의’ 참석자들은 미국발 금융위기 확산 대책을 논의하던 중 미 하버드대 로런스 서머스(전 재무장관) 명예총장의 의견을 듣고자 화상 국제전화를 연결했다. 예정된 이벤트였다. 서머스는 이명박 대통령이 수시로 전화해 한국 경제를 상의한다는 국제자문단 15명 중 한 명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언제까지 갈 것 같으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는 “혹시 주변에 기자가 있습니까”라고 조심스레 되물었다. ‘없다’는 확답을 받은 뒤 입을 열었다.

“한국의 10여 년 전 외환위기 때는 세계에서 가장 큰 수출 시장인 미국 경제가 괜찮았습니다. 그래서 수출을 주로 하는 한국이 경제위기 극복을 빨리 했던 겁니다. 하지만 이번 금융위기는 미국에서 촉발돼 세계로 확산된 ‘글로벌 위기’입니다. 참석자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갈 지 모릅니다.”

이번 모임은 한국의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장과 미국의 윌리엄 로즈 씨티그룹 수석부회장 이 양측 위원장이 돼 지난달 30일 환영 만찬을 시작으로 이틀간 열렸다. 참석자들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로 확산되는 데 대응해 양국 재계의 공조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했다.

한·미 양측은 이 비공개 회의를 마친 뒤 공동성명서를 냈다. “세계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다자간 기구, 경제단체들은 신속 대응하는 일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한국은행의 통화 스와프 체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한국이 15일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G20(주요 20개국) 회의’에 참가하고, 국제 금융시장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걸 환영한다”고 밝혔다.

특히 양측 참가자들은 “한국이 역내 경제리더로서의 능력을 보이고, 국내외 투자 유치를 늘리려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노사관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서를 이영희 노동부 장관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성명서에서는 이 밖에 양국 의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기 비준이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으고, 금융위기로 인한 보호주의 움직임을 경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전광우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통합법 같은 규제 완화와 금융공기업 민영화는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올 들어 한국의 경상수지는 국제유가 급등의 영향으로 적자를 기록 중이지만 4분기에는 10억~40억 달러 흑자가 예상된다. 따라서 연간 적자 규모는 100억 달러 이하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날 모임에는 한국 측에서 남덕우 한·미 재계회의 이사장, 구평회 E1 명예회장, 류진 풍산 회장, 구본준 LG상사 부회장, 서병기 현대자동차 부회장,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 등 33명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닉 라일리 GM 아태본부 사장, 스탠리 게일 게일인터내셔널 회장,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 등 30여 명이 함께했다.

김시래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한·미 재계회의=1998년 양국 경제계가 상호 협력과 발전을 위한 공동 대응책 논의를 위해 만든 모임. 전경련과 미국상공회의소가 공동 주최한다. 홀수 해엔 워싱턴에서, 짝수 해엔 서울에서 열린다. 그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비자 면제 프로그램 성사를 도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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