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전격 방문한 럼즈펠드, '포로 학대' 진정 목적인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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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이 13일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를 예고 없이 방문했다고 AFP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미국이 포로학대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이뤄진 럼즈펠드의 깜짝 방문에 대해 외신들은 사태를 진정시키는 한편 바닥에 떨어진 미군의 사기를 회복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현지 주둔 미군 사령관인 리카도 산체스 중장과 미군 고관들을 만난 뒤 포로 학대 논란이 일고 있는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곳에서 수감자들은 엄지손가락을 땅으로 향해 보이거나 팔장을 끼고 침묵을 지키는 등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라크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이라크 수용소에서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싶다"며 "우리는 수감자들이 적절히 처우받고, 군인들이 올바로 행동하고, 명령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만약 내가 그곳에 진화 작업을 하러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산"이라고 말하고 "나는 이라크 주둔 미군의 충실한 임무 수행에 감사하고 그들의 사령관들을 만나기 위해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이어스 합참의장은 "이번 일은 끔찍한 비극인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나는 우리가 여전히 이라크 문제와 관련해 높은 윤리적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바그다드 방문에는 미 국방부의 고위 변호사도 동행했다.

미군이 이라크인 포로를 학대하는 사진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럼즈펠드는 그동안 사임 압박을 계속 받아 왔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방부를 방문해 럼즈펠드를 가리켜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을 용기 있게 이끌고 있다"고 칭찬하고 "당신은 강력한 국방장관이고 우리나라는 당신에게 감사한다"고 말해 경질 주장에 쐐기를 박았다.

그러나 럼즈펠드 장관은 12일 상원에 출석해 잠 안재우기, 포로에게 오랫동안 고통스런 자세를 취하게 하는 것 등 문제가 된 학대 수법에 대해 "국방부의 법무관들이 승인한 신문 방법"이라고 강변하는 바람에 미국 내외의 비난을 증폭시켰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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