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김혁규씨 '선물' 타령하며 개혁 외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열린우리당 김혁규 전국구 의원 당선자가 그저께 "부산시장과 경남지사 보궐선거에서 우리당 후보가 당선되면 (노무현 대통령이) 엄청난 선물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한나라당이 불법 사전선거 운동이라며 선거법 위반을 문제삼고 나섰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차기 국무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金씨의 구태에 젖은 인식수준이다.

金씨의 관계자들은 '선물'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장 건설과 함양~울산 간 고속도로 건설 등을 뜻하는 것"이라 했다고 한다. 金씨 본인은 "정부 요직에 경남인들이 대거 포진할 것"이라고 했다. 국토 균형발전 측면에서 검토돼야 할 건설사업이 '보선 승리의 대가로 대통령이 해당 지역에 주는 선물'로 둔갑되는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보선에서 패배할 경우 그 '선물'을 주지 않겠다는 협박과 마찬가지다. '경남지역 출신 중용'발언도 무책임하다. 앞으로 국민은 정부의 인사정책을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될 수밖에 없게 됐다.

金씨는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당선자이자 차기 총리로 거명되는 인물이다. 이번 경남지사 보선은 金씨가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지사직을 사퇴함으로써 치러지게 된 것이다. 자신의 철새 놀음 때문에 엄청난 행정력과 예산이 소요될 보선을 치르게 됐는데 이제는 앞장서 사전선거 운동, 불법선거 운동 혐의를 받는 발언을 하니 그의 양식이 의심스러울 뿐이다. 그의 말을 뒤집으면 고작 지역감정을 부채질하는 것밖에는 안 된다. 이런 발언은 개혁과 전국 정당화를 명분으로 이번 총선에서 표를 얻은 열린우리당의 노선과도 한참 거리가 있다. 이런 사람을 차기 총리 운운하는 것 자체가 국민을 얕잡아 보고 하는 행위다.

金씨의 발언이 그 혼자만의 생각인지도 의심이 간다. 이미 청와대와 여권은 지방 보궐선거에 총력전을 치를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발언이 이런 교감하에 나왔다면 정권 차원의 반성이 있어야 한다. 개인 발언이라 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