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부고란에 헌혈 권유 광고 기부 모금도 아이디어로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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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캐나다에선 국민의 85%가 비영리단체에 기부를 할 정도로 나눔 문화가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캐나다 비영리단체 부문 규모는 세계 2위에 달하지요. 하지만 비영리단체만 16만개가 넘는 만큼 효율적 조직 운영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캐나다의 기금 모금 전문가 린 맥도넬(55·사진)의 말이다. 30년간 비영리 부문에서 근무한 그는 최근 아름다운재단이 주최한 ‘풀뿌리 모금상’ 시상식에 강연자로 초청받아 방한했다.

대학생 때 아프리카에 봉사활동 갔다가 비영리 부문에서 일하기로 결심한 맥도넬은 캐나다 유방암재단·당뇨병협회 등에서 활동해왔다. 2005년 유방암재단에선 1일 모금 행사의 역대 최고 금액인 2300만 캐나다달러를 모으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현장 경험을 살려 지금은 비영리단체 효율성 향상을 자문하는 컨설팅 회사 어카운터빌리티그룹의 대표를 맡고 있다.

“기금 모금에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기부를 받는 건 비영리단체 활동이 사회적 공감을 얻는 중요한 과정이니까요. 캐나다와 미국에 모금 전문가 자격증이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지요.” 맥도넬도 캐나다 모금전문가협회 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특히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관건이라고 강조하며 몇 가지 예를 들었다. “신문 부고란 일부를 광고 지면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당신이 헌혈에 동참하면 이런 슬픈 소식을 줄일 수 있답니다’라는 문구를 넣는 겁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매일 5km를 걷겠다’고 약속하고 지키면 일정 금액을 기부 받는 ‘서약 기부’도 보편화된 방법이지요.”

기부선진국으로 불리는 캐나다의 사례를 전파하기 위해 한국에 왔지만 ‘풀뿌리 모금상’ 시상식과 같은 아이디어는 배워가고 싶다고 했다. 아름다운재단이 주최하고 금융기업 UBS가 후원한 이 행사는 전국에서 엄선한 기금 모금 사례를 놓고 프리젠테이션을 해 수상자를 결정한다.

“한국이건 캐나다건, 과거에나 현재에나, 도움을 절실히 원하는 사람은 항상 있습니다. 그들에게 효과적으로 나눔의 손길을 뻗치는 게 중요합니다. 어려운 일이지요. 하지만 비영리 부문에서 일하면서 나눔의 열정은 전염된다는 걸 체득했어요. 한국에서도 기부문화가 더욱 꽃피우길 바랍니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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