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기 왕위전 본선 6국' 바깥 싸움하다 집 관리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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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기 왕위전 본선 6국
[제3보 (42~59)]
白.劉昌赫 9단 黑.安祚永 8단

안조영8단은 두터운 바둑을 두는 데다 수읽기 능력이 좋아 어느 누구도 함부로 흔들 수 없다. 安8단의 약점은 두터움을 추구하다가 스스로 발이 늦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바둑은 安8단이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로 흘러가고 있다. 항상 집에 대해 노심초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두터움의 숙명인데 집이 많고 엷음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참 편하다.

이 모든 흐름을 제공한 당사자는 유창혁9단이다. 그는 전보에서 우상귀 백? 석점을 헌상했다. 또 좌변에서 백△와 흑▲를 교환해 큰 실리를 내줬다. 집이란 집은 다 내주며 중앙공격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실리를 내주면 상대는 변심하게 되는 법이다.

42로 들여다보고 44로 가른다. 이곳은 처음엔 '참고도'처럼 응수해 수습됐다. 그러나 지금은 상변에서 두집이 나지 않는다.

중앙 쪽도 10으로 끊어지면 탈출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安8단은 이미 대책을 세워뒀다. 45쪽으로 이어 상변 흑을 버리기로 마음먹고 있었던 것이다.

워낙 많은 실리를 얻어둔 터이기에 상변을 버리는 것은 오히려 부담을 털어버린 가뿐한 측면이 있다. 게다가 더 좋은 점은 49, 51을 선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귀는 한수만 더 두면 모두 집이 된다.

중앙 쪽에도 사석을 이용할 수 있는 좋은 맥점이 대기하고 있다. 바로 53에 끼워 59까지 몰아치는 수다. 흑이 A와 B의 연단수로 몰아붙이는 수를 노리고 있어 백의 응수가 피곤하기만 하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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