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리포트>프랑스 중산층에 '불교熱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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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불교가 프랑스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프랑스내 불교신자는 60만명으로 이중 상당수는 동남아시아 출신의 프랑스국적 취득자지만 원래 프랑스인도 1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프랑스 내무부는 집계하고 있다.
프랑스에는 유럽 최대의 티베트불교 사찰도 동부 부르고뉴에 있으며 현재 1백여개의 사찰이나 선원(禪院)이 있을 정도로 불교열기가 뜨겁다.
일간지 르 피가로가 최근 18세이상 성인 2백만명의 프랑스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불교는 가톨릭(68%).
기독교(6%)에 이어 세번째로 믿는 종교(5%)로 나타났다.
불교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30대에서 40대 중반의 도시인으로 고등교육을 받은 회사의 중견간부나 자유직업 종사자가 많아 여론형성층의 종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같은 불교의 열풍은 각종 문화현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국영 프랑스2TV방송은 내년 1월부터 매주 일요일 아침.부처의 목소리'란 제목으로 불교의식을 방영할 예정이며 조만간 파리에는 유럽불교대학이 들어선다.
출판가에서는 무명의 티베트불교도가 출간한.삶과 죽음에 관한 티베트의 책'이 17만권 팔려나가는등 각종 불교 관련 책자들이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베어(곰)'.연인'등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거장 장 자크 아노 감독은 현재.티베트에서 7년'이라는 타이틀의 불교영화를 미국의 스타 브래드 피트를 기용,촬영중이다.
특히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세계 최고의 대중스타들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달말 파리 방문기간중 TV방송과 신문에서 앞다퉈 그와의 대담을 쏟아냈고 4천여명이 그의 설법(說法)을 듣기 위해 몰려들기도 했다.
60년대말부터 조금씩 프랑스 사회에 불기 시작한 불교 열기의이유를 시사주간지 렉스프레스는“개인주의와 실용주의로 대표되는 현대사회의 가치와 현대의 다양한 갈망을 연결하는 완벽한 종교로인식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불교는 가톨릭처럼 절대 신(神)에 의한 외부적 힘에 의지하지않고 자기수양과 성찰을 통해 해탈(解脫)을 이룩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매력이라는 것이다.
프랑스인 4명중 1명이 불교의 인과응보(因果應報)와 윤회설(輪廻說)을 믿는다는 조사결과가 이를 단적으로 설명한다.
따라서 불교는 경제불안속에 흔들리는 프랑스인들의 정신적 혼란을 잡아줄 수 있는 하나의 해답으로서 앞으로 더 많은 프랑스인들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파리=고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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