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프론티어>미리내SW 정재성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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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웃는 얼굴로 반기는 모습이 꽤 앳되어 보인다.
“직원을 35명이나 둔 사장이 위엄이 전혀 보이지 않네요”라고 농을 걸자 대뜸 이렇게 답한다.“이제 대학 1학년인 걸요.
” 미리내 소프트웨어 정재성(鄭在星.28)사장.국내 게임프로그램 개발의 선두를 달리는 그는 현재 서울산업대 전자공학과 1학년 학생이기도 하다.
“대학을 세번이나 옮겨 다녔어요.워낙 일이 바빠 학교 다닐 시간이 없더라구요.그래도 배움을 그쳐서는 안될 것같아 올해 또입학했습니다.” 그의 고향은 경북포항시영일군기계면.당시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촌동네였다.그는 여기서 대학을 다니던 사촌형으로부터 .컴퓨터'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형의 책을 통해 컴퓨터에 빠져든 어린 재성군은 중학교 때 포항으로 이사오면서 부모님을 졸라 8비트 컴퓨터를 손에 넣었다.
당시 빠듯한 살림이었지만 그의 부모는 자식의 가능성을 일찌감치알아보고 투자한 셈이다.
“사주팔자 프로그램을 개발해 서울로 왔어요.누구도 중1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알아주지 않더군요.차비도 다 떨어져 잠실에서 만난 한 아저씨에게 1만원 받고 넘겼습니다.” 당돌하기까지 한그의 이같은 개척정신은 경북대 1학년 때인 87년 대구에서 미리내소프트웨어를 차리는 것으로 이어졌다.2년이 안돼 대학을 한양대로 옮긴 것도 사업을 서울에서 제대로 하기 위한 욕심 때문이었다. “군복무를 마치고 진짜 사업다운 사업을 시작했어요.학교는 잠시 뒷전으로 미뤘죠.” 결국 한양대도 2년을 못마치고 그만둘 수밖에 없었지만 회사는 나날이 커졌다.93년 3명으로 재출발한 회사가 현재는 직원 35명을 넘는 알짜 중소기업이 됐다.그동안 40여개의 게임을 개발했고 이중 .그날이 오면'시리즈는 빅히트를 쳤 다.일본에 5만카피나 수출하기도 했다.하지만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사이버스페이스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PC통신 머드게임시장에 진출했습니다..고룡퍼시벌'등 그래픽위주 머드게임이에요.앞으로 PC통신.인터넷등 가상공간쪽으로 욕심을 낼 작정입니다.” 새 사업을 열심히 설명하는 그에게서는 앳된 모습 대신 도전자의 패기가 읽혀졌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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