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달아 높이곰 돋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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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아리영(金娥利英).
그 맑고 우아한 얼굴이 열사흗날 밤의 달처럼 떠올랐다.일찍이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은 본 적이 없다.
단순히 생김새가 고운 여성이라면 더러 있다.그러나 아리영 같이 품위와 감미로움을 함께 갖춘 여성은 처음이다.
몸매도 늘씬하고 몸놀림도 얌전하다.조신하면서도 지적(知的)인말 마디마디가 그녀와 대화하는 사람을 늘 놀라게 한다.그 신선한 놀라움이 아리영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진다.
관능적인 미인 여배우 마릴린 먼로가 어느날 아인슈타인에게 말했다던가.
“당신과 내가 결혼하면 당신의 그 천재적인 머리와 나의 미모를 물려받은 기막힌 아이가 태어날 거예요.” 그러자 아인슈타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신의 그 깡통머리와 나의 이 못생긴 얼굴을 물려받은 기막힌 아이가 태어날 수도 있지요.” 이것은 우스갯소리로 전해지고있는 농담이지만 대체로 머리좋은 여성중에 미인이 드물고,미인중에 머리좋은 여성이 드문 자연의 심술궂은 조작을 초월한 여신(女神)과 같은 여인.아리영에게 끌리지 않는 남자가 있다면 그것은 차라리 기적이다 .
아리영을 만나게 한 자기에게 탓을 돌리며 을희는 한숨을 지었다. “아리영씨는 남의 부인이 아니냐?” “….” 비난을 담아곤혹감을 토한 어머니에게 아들은 호소하듯한 표정을 보였다.
“언질 받은 것은 아닙니다만 이혼하리라 봅니다.그 분들 사이엔 아이도 없으니 성사는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들의말대로 아리영에겐 아이가 없다.내외간 모두에게 신체적인 하자가없는데도 아이를 낳지 못한다고 들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산부인과 의사 고박사를 통해서였다.
구르몽의.사랑의 자연학'책을 번역할만한 역자 물색을 그에게 의뢰하면서 아리영 얘기를 꺼냈었다.원서를 전해준 여성이 번역해주면 출판사로서는 더할 나위 없을 텐데,스스로는 하 지 않겠다니대타자를 알아봐달라며 아리영에 대한 소개를 곁들였다.외교관 아버지를 따라가 외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영어.불어에 능통한데다 재색(才色)을 갖춘 매력적인 미인이니 적나라(赤裸裸)한 사랑의행태에 관한 책의 역자로 선전효과도 백프로인데…하며 푸념한 것이다. “혹시 그 분이 김아리영이라는 분이 아닙니까?” 고박사는 자신이 바로 그녀의 주치의(主治醫)라며 “세상은 참 좁네요!” 했다.
감동으로 일렁거리는 그의 말투에서 아리영에 대한 진한 감정을읽을 수 있었다.
글 이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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