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짚기>'하하 호호'도 적자생존 화나도 웃으면 명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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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인간은 왜 웃는가.웃음에도 이유가 필요하냐고 반문하는 이가 있다면 웃음이 유독 인간과 유인원에게만 나타나는 독특한 행동양식임에 주목해야 한다.웃음이 고등생물에게만 나타난다는 사실은 웃음이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생존에 긴요한 조건임을 암시한다.진화론적으론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인류가 처음 지구상에 등장했을 때 웃는 유전자와 웃지 않는 유전자가 공존했으리라는 것.그러나 수백만년에 걸친 진화과정에서웃지 않는 유전자는 도태하고 웃는 유전자만 번성해 오늘날 인간이면 누구나 웃음을 당연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웃음이 적자(適者)의 조건이 되었을까.중요한 점은 웃음이 생물학적 필요보다 사회적 필요에 따라 선택되었다는 것이다.가장 대표적인 게 바로 아기들이 짓는 미소다.언뜻 보기엔 매우 평온해 보이는 웃음이지만 혼자 힘으론 아 무일도 할 수 없는 아기의 입장에선 살려달라고 몸부림치는 절박한 호소에 다름아니다.태어나기도 전인 임신 12주째부터 안면근육을 수축해눈웃음 짓는 .연습'을 시작할 정도다.이름하여 .사회적 웃음'(social smile).
웃음은 생물학적으로도 인간에게 유익하다.웃음이 탁월한 긴장완화효과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웃는 동안 호흡은 깊어지고 근육과 혈관벽이 이완되며 위장운동이 촉진됨은 물론 소화액 분비도 왕성하게 일어난다.스트레스를 받을 때 많이 나와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코티졸 호르몬의 분비도 억제해 인체를 평온하게 유지시킨다. 위장병.요통.두통.불면증등 현대인이 앓고 있는 많은 질환도 따지고 보면 과도한 스트레스에서 비롯되는 마음의 병이 대부분임을 감안할 때 많이 웃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섭생을 위한 지름길인 셈이다.
문제가 있다면 웃고 싶은데 별로 웃을 일이 없다는 하소연.그러나 인체는 그냥 웃는 것만으로도 실제 유쾌한 상황이 일어날 때와 똑같은 반응을 나타낸다.웃음이 주는 건강효과는 모두 외부상황을 인식하는 대뇌피질과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자 율신경의 지휘 아래 놓여있기 때문이다.결론은 화가 나더라도 일단 너털웃음부터 지어보이면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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