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으로 受賂 '돈세탁'-孫 서울은행장 구속 관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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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수표에서 현금으로,현금에서 통장으로,통장에서 신용카드로-.
' 금융실명제 실시로 뇌물 공여 수단이 고전적인 현금과 수표에서 탈피,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대검 중수부의 손홍균(孫洪鈞)서울은행장 대출관련 뇌물 수사로그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다양한 뇌물공여 수단중 뇌물공여자 명의의 통장전달이 새로운 수법으로 처음 등장했다.
검찰 수사 결과 孫행장은 지난해 4월과 6월 자금난을 겪던 국제밸브공업 대표 朴현수씨로부터 10만원짜리 수표로 각각 3천만원과 1천만원을 받은뒤 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가 두달뒤 1천만원이 입금된 朴씨 명의의 제일은행 망원동지점 통장을 건네받아 교묘하게 돈세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孫행장은 朴씨로부터 도장및 비밀번호도 함께 전달받았으며이후 孫행장은 수표 4천만원을 이 통장에 입금시켰다가 5천만원전액을 현금으로 인출,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두달 뒤에는 5천만원이 입금된 서울은행 통장을 전달받기도했다. 금융실명제 실시이후 수사기관이 과거와는 달리 뇌물추적을쉽게 할 수 있다는 불안심리의 여파로 이처럼 과거에는 볼 수 없던 다양한 뇌물전달 수법이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공직자사회및 금융권 소식통들 사이에 통장외에도 다양한 뇌물공여 수단이 이미 개발돼 은밀하게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소문나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신용카드를 이용한 방법이다.
뇌물공여자가 소유하고 있는 법인및 관계인등의 명의로 신용카드를 만들어 공무원등 이해당사자에게 청탁및 이권의 대가로 신용카드를 건네준뒤 카드사용 대금을 지불해 주는 수법이다.
신용카드 수법은 뇌물공여자와 받는이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는 측면에서 최근 많이 이용되고 있으며 뇌물을 받는 사람의특수관계인 명의로 수억원대의 골프 회원권을 구입해 전달하는 등의 다양한 수법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관계자는“금융실명제 이후 자금추적을 피하기 위해 나돌던 변칙 뇌물전달 수법이 처음으로 확인됐다”면서“孫행장이 금융전문가인 탓에 실명제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고말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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