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부실은행 정리 나서-終戰後 51년만에 첫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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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도쿄=이철호 특파원]일본 대장성은 오사카(大阪)의 중견 지방은행인 한와(阪和)은행에 대해 보통예금 인출을 제외한 모든 업무를 정지하라고 21일 명령했다.
대장성이 은행에 대해.업무정지'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은 종전(終戰)후 51년만에 처음있는 일로,금융개혁을 앞두고 부실 금융기관들의 본격적인 도태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미쓰즈카 히로시(三塚博)대장상은“대장성의 검사결과 한와은행의감춰진 불량채권이 속속 드러나면서 채무가 자산을 크게 초과하는상황에 이르렀다”며“스스로 경영재건이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만큼해체.청산절차를 밟기위해 업무정지를 명령한다 ”고 밝혔다.대장성은 그러나 보통예금과 만기가 도래한 정기예금의 인출은 허용하고,일본은행에 예금자 보호를 위한 1백억엔 정도의 특별융자를 명령했다.
한와는 자본금 56억엔,예금잔고 5천1백억엔의 상장은행으로 80년대 초반부터 부동산 관련 대출을 늘리다 땅값이 폭락하면서경영난에 시달려왔다.93년에는 채권회수 책임자였던 부은행장이 자택에서 사살됐으나 사건은 아직 미해결 상태다.
일본 금융업계는 대장성의 이번 조치를 금융개혁을 위한 본격적인 정지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장성은 지금까지“은행의 파산은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다”며 불량채권처리 유예와 함께 사실상 은행의 분식결산을 용인해주었다.그러나 대장성은 94년이후 금융기관의 잇따른 불량채권 처리과정에서“대장성이 재량권을 남용,처리를 미루는 바람에손실만 크게 확대됐다”는 비난에 따라 98년부터 금융기관에 대한 조기 시정조치를 도입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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