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승부처를 가다 <③·끝> 버지니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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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대통령 연구로 유명한 버지니아주립대 정치학센터의 연구책임자 코델 펠크(사진)는 흑인이다. 그는 지난달까지 이 지역 유력 신문 ‘리치먼드 타임스-디스패치’에서 기자 및 칼럼니스트로 필명을 날린 선거 전문가다. 대학 인근의 고풍스러운 사무실에서 만난 펠크는 “오바마가 질 경우 흑인들은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버지니아에서 오바마가 강세다. 왜 그런가.

“이런 적이 처음이어서 어리둥절하다. 원인을 따지자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첫째다. 또 경제 상황이 아주 나쁘다. 선거 전략에서 보면 매케인 측이 방심한 나머지 버지니아를 너무 무시했다. 오바마는 올 초부터 집중 공략해 왔다.”

-버지니아까지 이기면 오바마의 대선 승리가 확정적이다. 가능한가.

“이미 주지사나 상원의원 선거에선 이슈에 따라 민주당의 약진이 이뤄진 지 오래다. 오바마의 승리는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오바마-매케인 간 지지율 격차는 일부 여론조사기관이 예측하는 8~10%포인트까지는 가지 않고 2~3%포인트 범위에 머물 것이다.”

-왜 그렇다고 보는가.

“올 대선의 경우 신규 유권자가 많아 여론조사가 쉽지 않다. 누가 투표장에 나올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25일 버지니아주 체스터필드 카운티의 한 공장 안에서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300여 명의 중소기업인에게 매케인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체스터필드 카운티=김정욱 특파원]


-브래들리 효과를 염두에 두는가.

“그렇다. 존재한다. 버지니아에는 브래들리보다 더한 ‘와일더(wilder) 효과’가 있다. 1989년 흑인 더글러스 와일더가 주지사 선거에 나왔을 때 사전 여론조사가 아닌 투표 당일 출구조사에서 10%포인트 이상 상대 후보를 앞섰다. 그러나 실제 개표해 보니 이기긴 했지만 1%포인트 차도 나지 않았다. 당시만큼 심하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만약 오바마가 진다면 흑인 사회는 어떻게 반응할까.

“매우 어려운 시간이 흐를 것이다. 흑인들은 미국 사회에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를 보면서, 주변 상황을 보면서 ‘우와, 이렇게 변하고 있구나’ 생각했다가 결과가 달리 나오면…. 화해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매케인이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보는가.

“시간이 짧고,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외부에서 충격이 오지 않는 한….”

샬러츠빌(버지니아주)=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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