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대마, 사망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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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6강전>
○·이영구 7단(한국) ●·저우루이양 5단(중국)

 제12보(164∼171)=죽고 사는 건 바둑에서도 ‘모르는 일’에 속한다. 굳이 말한다면 힘있는 자는 살고 힘없는 자는 죽는다. 비슷한 실력끼리라면 그 생사는 하늘만이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대마를 잡으러 가고, 또 끊임없이 자신의 대마를 사지에 몰아넣는다. 이기기 위해 위험을 짊어지는 것이다. 164 몰고 166으로 틀어막자 빈사 상태로 보이던 백 일단이 조금씩 생기를 찾아간다. 17세 저우루이양은 어림없다며 167로 급소를 친다. 자신감 넘치는 공격. 그러나 이 수는 노련하지 못했다.

‘참고도’ 흑1로 두어 집을 벌며 공격하면 백은 밖으로 달아나야 한다. 이때 3으로 머리를 두드리며 우변으로 쇄도한다면 흑은 위험 없이 승리에 다가갈 수 있었다. 계산 정확한 박영훈 9단의 얘기다. 하나 저우루이양은 거의 숨통을 막았는데 이를 풀어주고 다시 긴 승부로 돌아간다는 게 싫다. 더구나 궁금한 게 하나 있다. 168을 당해줘도 백은 결국 170 쪽으로 돌아와야 하고, 그때 171이란 기막힌 급소를 두드리면 백은 어찌 받을까(과거 17세 때의 이창호는 이런 궁금증을 덮고 조용히 후퇴하곤 했다. 돌부처란 별명이 그래서 생겼다).

171은 정말 미치는 급소다. 백은 죽음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하나 ‘접근전의 이영구’란 말은 괜히 생긴 게 아니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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