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학원비 걱정만이라도 덜어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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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부가 학원비 경감 대책을 내놨다. 내년 6월까지 모든 학원의 학원비 신고내역이 인터넷에 공개된다. 실제로 낸 학원비와 차이가 날 경우 신고케 해 불법·고액 학원비를 단속하려는 취지다. 수강료 외에 보충수업비·교재비도 모두 학원비로 규정되고, 학원비를 낼 때 신용카드 매출전표나 현금영수증 발급이 의무화된다. 학원비 과다 징수나 탈세를 막기 위해서다. 학원비를 잡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읽히는 조치란 점에서 고무적이다.

자녀 학원비 때문에 학부모 허리가 휘는 게 우리 현실이다. 금융위기로 각 가정의 살림살이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생활이 팍팍해져도 자녀 교육비는 못 줄이는 게 우리 부모들이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올 상반기 국민소득 통계만 봐도 경기악화로 가정 소비지출은 크게 주는 추세지만 교육비 지출액은 15조33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9.1% 늘었다. 가계지출 가운데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6.2%로 사상 최대치다. 불황의 그림자가 각 가정 경제마저 위협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이런 교육비 부담을 계속 감내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자식 학원비 대느라 먹고 입는 일마저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정부 학원비 경감 대책이 실효를 거둬야 한다. 제대로 실천할 경우 불법·고액 학원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방향은 맞다. 과거 정권처럼 엄포만 놓고 흐지부지해선 안 된다. 교육당국에만 떠넘기지 말고 법무부·공정거래위원회·경찰청·국세청이 모두 나서 학원 위법 사항에 대한 철저한 합동 단속과 엄정한 조치를 해야 한다. 이런 정부 대책에라도 기대를 걸고 싶은 게 학부모의 절박한 심정이다.

물론 공교육 질 개선을 통해 사교육 수요를 줄이는 게 근본 대책이다. 남의 자식이야 학원을 가든 말든 눈치 보지 않고 내 아이는 학교 교육에만 맡겨도 충분하다고 믿는 학부모들이 나오게 해야 한다. 딴 나라 일로만 치부하고 포기할 일이 아니다. 그러기엔 이 땅에서 자식 키우는 학부모의 고통이 너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