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해외 도피재산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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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세청이 유럽 지역의 조세피난처로 흘러들어간 국내 재산이 있는지에 대한 사전 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대규모 국제 탈세사건이 일어난 리히텐슈타인 등의 은행 비밀계좌 정보를 입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만일 이곳에서 한국인의 비밀계좌가 발견될 경우 국내에서도 대대적인 세무조사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상률 국세청장은 지난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고위급 대표회의에 참석해 17개 주요 회원국 국세청장들과 국경을 넘는 탈세를 막기 위한 공동 대응을 하기로 했다. 특히 플로리안 쇼이얼레 독일 국세청장과는 양국이 과세정보 자료를 적극적으로 교환키로 합의했다. 독일 국세청은 세계 각국 부자들의 비밀계좌를 관리하고 있는 리히텐슈타인 LGT 은행의 고객 명단을 확보했고, 독일 검찰에선 올 2월부터 700여 명을 대상으로 탈세 수사를 하고 있다. 미국·영국·프랑스·스페인 등 10여 개국도 이와 관련한 세무조사와 탈세 수사를 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외국 과세 당국과의 공조를 통해 유럽 조세피난처의 비밀계좌 등으로 국내 재산이나 자금이 들어간 게 있는지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미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신고하지 않거나 해외에서 비자금을 조성해 탈세하는 것을 추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 청장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해외 소득을 국내에서 신고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탈세”라며 “해외 비자금을 엄정하게 추적해 과세하기 위한 국제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아직까지 유럽의 조세피난처를 통해 국내 재산이나 자금을 은닉한 사례가 명확하게 드러난 적은 없다.

김원배 기자

◆조세피난처=합법적으로 조세를 회피할 수 있도록 법인세나 소득세를 전혀 부과하지 않거나 매우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곳이다. 다른 나라와 조세조약을 체결하지 않아 과세에 관련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 외환 업무와 회사 설립에 대한 규제도 거의 없다. 유럽의 리히텐슈타인, 카리브해의 버뮤다·바하마, 말레이시아의 라부안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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