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門 좁아져-自國內 진학늘어 이민규제로 정원축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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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고교 졸업 이후 1년간 미국 유학을 준비해온 金모(20.K여고졸.서울강남구대치동)양은 최근 미국 유학을 포기하고 호주 유학을 준비중이다.미국 20여개 대학에 지원서를 보냈지만 입학허가서를 받지 못하고 대신 기부금 조건부 입학 허가 만 받았기 때문이다.
S대 경영대학원에 재학중인 羅모(26)군도 2년간 준비해온 미 유학을 포기하고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학점 좋고 유학시험 성적이 탁월,유학 1순위로 꼽혔던 선배 鄭모(30)씨가미국 15개 대에 지원했으나 모두 입학허가를 받 지 못해 유학재수에 나선 것을 본뒤 마음을 바꾼 것이다.
최근 미국 대학들의 외국인 입학사정이 강화돼 미 유학을 준비중인 국내 대학생.고교졸업생들 사이에 비상이 걸렸다.
경제 호황으로 미국 대학들이 내국인의 대학.대학원 진학이 20% 이상 늘자 유학생 정원을 줄인데다 지난해부터 이민규제등 분위기에 편승해 개발도상국가에 대한 입학 특혜를 없애거나 줄였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다는 보도가 잇따른 것도 이같은 유학생 정원을 줄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뉴욕주립대에 유학중인 蔡형직(30.박사과정)씨는 『미국의 경기호황으로 미국학생들이 대학.대학원에 몰려 상대적으로 유학생 정원이 줄었다.최근 반이민 분위기도 주정부에 영향을 줘 한국등동양계 유학생을 20% 이상 줄여 뽑고 있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은 한국학생에게 할당했던 15명 내외의 정원을 올해 10명 이내로 줄였다.캘리포니아주립대도 최근 개발도상국 유학생들에게 주었던 입학 특혜를 없애고 국내 학생들과 동등하게 선발키로 했다.
우리나라 미국 유학 준비생은 연간 5만여명(단기 연수생 제외)에 이르며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으나 이 때문에 올해 들어선 같은 영어권인 캐나다.영국.호주.뉴질랜드등에 유학생들이몰려 지난해보다 50%이상 증가한 1만여명이 입 학했다.
K유학원 상담사 李성재(38)씨는 『미국 대학들의 입학사정이강화돼 지난해 입학이 가능했던 학교에서 올해엔 입학허가서 대신기부금 조건부 입학을 요구해 캐나다.호주등으로 방향을 돌리는 학생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LG그룹 해외채용팀 신동성(申東聲)과장은 『전자.전산.반도체등 특히 고급인력이 필요한 공학분야의 올해 유학생이 30% 정도 준 것으로 파악돼 인력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국제교육협력관실 지성환(池盛煥.45)연구사는 『올해 미국 유학생이 20% 이상 줄고 OECD 가입으로 내년엔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미국 대학별로 유학생 정원을 조사하는등 대책을 마련중이다』고 밝혔다.

<김태진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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