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늙은이病' 원인유전자 발견-美 디스커버誌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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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실제 나이는 열살밖에 안됐지만 외모는 40세인 애늙은이가 학교에서 또래 꼬마들과 어울려 지낸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현재상영중인 영화 『잭』은 생물학적 나이와 정신연령이 일치하지 않는 주인공 잭(로빈 윌리엄스)의 애환을 다루고 있어 화제다.이러한 일이 의학적으로 가능할까.대답은 「그렇다」다.
빨리 늙는 병은 분명히 존재한다.한창 나이인 30~40대에 쭈글쭈글한 주름살이나 흰머리가 생기고 백내장.골다공증.성인심장병등 노인성 질환으로 대부분 50세 이전에 사망하는 베르너증후군이 바로 그 것.

<사진> 국내에선 조로증(早老症)으로 불리기도 하는 베르너증후군은 처음 이 질환을 발견한 독일의사 베르너의 이름을 따 명명됐으나 원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태. 그러나 미국의 과학잡지 디스커버는 최근 미국 시애틀 재향군인병원의 분자유전학자 제라드 셀렌버그박사팀이 사상 최초로 베르너증후군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찾아내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인간의 46개 염색체중 8번째 염색체에 위치한 헬리케이즈 유전자가 잘못되면 베르너증후군을 유발한다는 것.
이 유전자는 원래 이중나선 구조를 지닌 DNA를 한가닥으로 풀어내는 헬리케이즈 효소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베르너증후군 환자들은 유전자 이상으로 이러한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그래서 헬리케이즈 효소기능이 마비되면 손상된 세 포를 정상으로 복구할 수 없다는 것.결국 낡은 세포가 새로운 세포로 바꾸어지지 않게돼 낡은 세포는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파괴되며 세포가 모여 만들어진 인간도 유전적으로 타고난 수명보다 훨씬 빨리늙게 된다.
베르너증후군 유전자 발견이 서방언론의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는 1백만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 베르너증후군의 치료 자체보다 노화현상을 규명함으로써 불로장생의 꿈을 이룰 수 있으리란 한가닥 기대 때문이다.

<홍혜걸 전문기자.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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